우리 우주의 첫 순간
댄 후퍼 지음, 배지은 옮김 l 해나무 l 1만8000원
138억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과학적 상식으로 통한다.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을 비롯한 그 뒤의 진행 역시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된 상태다. 그러나 “우주의 첫 순간은 거의 모든 것이 미스터리다.” ‘우리 우주의 첫 순간’을 쓴 미국의 입자물리학자 댄 후퍼의 말이다. 이 책은 빅뱅 이후 최초의 순간을 설명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분투기를 담았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우주 안의 알려진 모든 원자를 다 합쳐도 전체 물질의 16%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84%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되어 있는데, 이 물질 입자들은 “마치 유령처럼 고체를 그대로 통과해 지나갈 수 있고,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빛을 방출하지도, 흡수하지도, 반사하지도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의미에서 ‘암흑물질’로 불리는 이것은 빅뱅 후 첫 100만분의 1초 안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암흑물질 연구가 곧 이 세상의 기원에 대한 연구인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는 2012년에 힉스 보손 입자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둔 이후로는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감마선 망원경을 통한 관찰, 중성미자 천문학과 중력파 천문학 등이 동원되고 다중우주와 바운스(우주 팽창과 수축의 순환) 같은 가설들도 등장했지만, 우주의 첫 순간은 여전히 비밀에 싸여 있다. 그렇게 풀지 못한 질문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과학의 임무는 절대 끝날 수 없다”면서, 지은이는 궁극의 질문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왜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존재하는가?’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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