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특산물로 꼽히는 민물게(털게). 위키미디어 코먼스
음식문화가 발달한 중국 사람들은 정치와 사회 현상을 음식에 비유해 이야기하는 데 능합니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1949년) 이후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사태로 손꼽히는 ‘문화대혁명’(1966~1976년)과 관련해서도 중국 특유의 ‘음식 비유’가 빠질 수 없습니다. 문화대혁명은 중국 나름의 현대화 계획이었던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찾아온 위기를 되레 더욱 격렬한 계급투쟁으로 돌파하려다 혼란을 일으킨 사태라고 평가받습니다. 마오쩌둥의 부인 장청을 포함한 이른바 ‘사인방’이 이 시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고 하죠. 1976년 9월 마오쩌둥이 사망한 지 한 달 만에 ‘사인방’이 체포되면서 문화대혁명은 막을 내립니다.
당시 민물게(螃蟹·팡시에)를 특산물로 자랑하는 상하이 사람들은 마침 제철이라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게를 사먹으며 ‘사인방’의 실각을 축하했다고 합니다. ‘수게 세 마리와 암게 한 마리’(三公一母)를 ‘사인방’에 비유해, 이들을 쪄먹은 것이죠. 모로 걷는(橫步) 게의 모습과 무언가를 위협적으로 움켜쥐는 게의 집게발에, 이리저리 폭정을 휘둘러온 ‘사인방’의 모습이 겹치기도 했을 것입니다. ‘중국요리의 세계사’(따비)에선 당시의 보도를 이렇게 인용합니다. “사인방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도 당·정부·문화 여기저기에 게처럼 집게발을 뻗어 권력을 손에 넣었으며 옆(橫)걸음질이 전부인 게처럼 횡포(橫暴)를 일삼았지만, 결국 게처럼 아무것도 움켜쥘 수 없었으며 역사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되었다.”
참, “게를 처음 먹은 사람”(第一个吃螃蟹的人)은 흉폭하게 생긴 게를 먹겠다며 먼저 도전하는, 용기 있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답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