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은 작가의 에세이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표지.
글 쓰는 게 일이지만,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새겨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기자의 글쓰기’는 정보 전달이라는 실용적인 목적을 그 무엇보다 앞세우는 것이니 원래 건조하고, 밋밋하고, 덤덤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자기 검열과 마감에 쫓겨 글쓰기란 행위를 즐겨본 적도 없습니다. 어쩌면 ‘쓰는 직업을 가졌으니 그저 쓸 뿐’이라고 생각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글쓰기’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정아은 작가의 에세이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마름모)를 보며, 왠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문학상을 수상하는 ‘작가’가 되기만 한다면 그다음부터는 명성과 수입, 영예를 누리며 살 거라고 생각”했던 지은이는 자기 원고에 대한 출간을 ‘거절’하는 편집자의 메일을 받은 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집니다.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던지, 틈만 나면 인터넷 검색으로 다른 작가들이 원고를 거절당한 정황을 뒤쫓는 취미까지 생겼다고. “마음속에서 더 이상 작가가 아니었지만 현실에서 아직 작가로 행세”하는 것이 괴로워 “비장하게 다음 직업을 모색”하기도 했답니다.
제법 긴 시간을 거친 뒤 지은이는 다시 ‘쓰는 마음’을 찾게 되는데, 그것은 자신이 “언제나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인간”이라는 단순한 깨달음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 모든 것과 상관없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기쁘나 슬프나, 원고에 대한 거절 메일을 받으나 받지 않으나, 마음을 언어로 옮기고 싶어서 환장하는 것, 그게 글쓰기의 본질이었다.” 글 쓰는 직업이 아니라 ‘쓰는 마음’이 먼저 있음을, 결국 무엇이 되기가 아닌 무엇을 하느냐가 핵심임을 제 나름대로 다시 새겨봅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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