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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구를 위해, 멋을 위해…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책&생각]

등록 2023-11-03 05:00수정 2023-11-04 00:05

자원 낭비하고 미세플라스틱 양산
패스트패션 폐해 신랄하게 비판

명품 브랜드의 속임수도 고발
유행 말고 착취 없는 멋을 위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후위기와 패스트패션에 맞서는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이소연 지음 l 돌고래 l 1만7000원

한창 꾸미기 좋아할 나이의 젊은 여성이 돌연 더는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쓴 이소연 작가 이야기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의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며 생태전환 매거진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더는 새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한 까닭과 그 결심 이후 달라진 삶을 소개한다.

지은이는 2019년 4월 어느 날 매장에서 마음에 쏙 드는 패딩을 발견한 뒤 거기 붙은 가격표를 확인했는데, 그 멋진 옷의 가격이 고작 1.5달러, 우리 돈으로 2천원이 채 안 되는 액수였다. 재료값과 인건비, 유통비 등을 감안해 보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가격표는 그로 하여금 옷이라는 것에 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했고, “화려해 보이던 내 날개가 가짜라는 걸” 깨닫게 했다. 가짜 날개를 불태워야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는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하고 지금까지 그 결심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이기도 한 지은이의 결심 배경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자각, 그를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하겠다는 각오가 있다. 세계 물 소비량의 20퍼센트가 옷을 만드는 데 쓰이며, 지구 전역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약 10퍼센트가 패션 분야에서 나온다. 패스트패션 매장을 거닐며 값싼 옷을 고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갈수록 옷을 짧게 입고 더 많이 더 자주 산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은이 이소연 작가. 돌고래 제공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은이 이소연 작가. 돌고래 제공

사실 “우리가 입는 옷 대부분은 석유로 만들어진다.” 비닐 포장을 뜯는 순간 코를 자극하는 강력한 ‘새 옷 냄새’가 바로 석유 냄새다. 합성섬유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 하수구를 거쳐 강과 바다로 흘러든 미세플라스틱 조각은 플랑크톤에게 먹힌 뒤 먹이사슬을 타고 올라가 결국 우리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미세플라스틱의 50퍼센트 이상이 섬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면이나 모직 같은 천연섬유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전 세계에서 쓰는 농약의 10퍼센트, 살충제의 25퍼센트가 목화 재배에 사용된다. 털이나 가죽 제품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는 행위의 문제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다른 한편 패스트패션의 배후에는 열악한 상황에서 중노동에 시달리고 때로 목숨까지 잃는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

지은이는 더 많은 옷을 더 빨리 사서 버리게 만드는 패스트패션의 메커니즘에 특히 날을 세우지만, 이른바 명품에 대해서도 비판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백화점에 입점한 의복 브랜드의 20만원짜리 티셔츠와 지하상가의 1만원짜리가 원단부터 제작 과정까지 모조리 똑같을 수 있다”는 게 패션 업계 종사자의 솔직 고백이다. 2018년 영국의 고급 브랜드 버버리는 약 422억원 상당의 재고를 모두 불에 태워 버렸다. 다른 브랜드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낭비인가. 해마다 옷은 1000억벌 이상 만들어지고 330억벌씩 버려진다.

책의 뒷부분에서 지은이는 유행이라는 이름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도 ‘자기만의 멋’을 가꿀 수 있는 요령을 알려준다. 중고 거래 이용하기, 남들과 옷 바꿔 입기, 엄마 옷 재활용하기, 옷 대여 서비스 이용하기 같은 방법들과 제로웨이스트 옷장 실현에 참고할 만한 콘텐츠 소개는 지은이처럼 옷 안 사기 실천에 나서려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듯하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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