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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사랑시 64편 담은 박노식 시인 네번째 시집

등록 2023-11-27 18:11수정 2023-11-27 18:45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
박노식 시인. 문학들 제공
박노식 시인. 문학들 제공

“눈을 뜨니까 그가 몰래 와서/ 내 곁에 누워 있었던 거야/ 시는 그래,/ 가끔 그렇게 찾아올 때가 있어”

네 번째 시집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문학들)을 낸 박노식(62) 시인은 “문명화되지 않은, 마치 아날로그 시인같”은 사람이다. 2015년 등단한 그는 이번 시집에서 사랑에 대한 시 64편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눠 담았다.

그에게 사랑을 기다리는 일과 시를 쓰는 행위가 한가지다. “벼락 맞은 나무처럼 누워서/ 빗소리를 듣는” 것은 “아직도 기다려야 할 사람이 있고/ 시를 오래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얻기까지 “세상은 쓸쓸하고 사랑은 멀고/ 꺾인 꽃은 또 꺾이고/ 나의 노동은 감옥”(‘이른 아침, 멍하니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다’ 중)이다.

곽재구 시인은 “길에서 만난 눈송이에게, 새털구름에게, 물 위에 뜬 산그늘에게 인간의 시를 들려주는 그의 모습은 따뜻하고 평화롭다”고 표지에 적었다. 고재종 시인은 해설에서 “시인의 발화법은 20대 청춘시절에나 있었을 사랑의 여러 감정, 특히 ‘그’에게 가닿지 못하는 안타까움, 외로움, 쓸쓸함, 기다림, 불면과 우울 등을 전통적 정조로 독백하고 있다”고 평했다.

“어느 날 고물상에서 주워 온 둥근 시계를 흰 벽에 걸어두고/ 금 간 유리를 서너 번 다독여 주었더니 바늘이 움직였다.”

박 시인은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중년에 이르러 이뤘다. 그는 ‘꿈속의 옹달샘처럼’에서 “너무 늦어버렸으니, 내 시의 씨앗이/ 저 시간 속에서 얼마나 버틸까 걱정할 때가 있었다”고 걱정한다. “내 시의 처음은 그늘에서 왔다”고 고백하는 그는 “그래서 ‘이른 자의식’을 갖게 됐고, 그 자의식이 때론 ‘끔찍한 독백’이 됐다”고 토로한다. “시인은 달빛 부서지는 대숲을 보고도 환희를 몰랐다. 대숲 속에 웅크렸기 때문이다.…고개 숙여 깊은 길을 들여다 본다. 어쩌면 님이나 구원자를 기다리는 자기 마음의 구중궁궐을 들여다본다는 뜻이겠다.”(고재종 시인)

박 시인은 광주공고와 조선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수료했다. 2015년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지금은 전남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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