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l 한겨레출판 l 1만6800원
“영화는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하고, 의심하지 않았던 것을 의심하게 하고, 질문하지 않았던 것을 질문하게 하고, 꿈꿔보지 못한 것을 꿈꾸게 한다.”
저자가 책 들머리에 쓴 것처럼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년부터 ‘영화’를 통해서도 인권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풍경을 조망하고, 인권에 대한 질문을 끈질기게 던져왔다. 임순례, 정재은, 박찬욱 감독 등이 참여한 ‘여섯 개의 시선’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제작된 인권영화 10편에 대한 이야기는 ‘별별차별’(2012·씨네21북스)에 담겼다. 이번에도 2013년 이후 10년간의 한국 사회 인권의 풍경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영화 10편이 책으로 묶였다.
교제폭력, 청소년 인권, 노인·아동·장애인 차별, 비정규직, 무연고 고독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등 10편에 담긴 10가지 이야기 모두 한국 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묵직한 문제들이다. 영화 전문지 씨네21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두 저자는 감독과 장르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뽐내는 10편을 영화적 시각으로 분석하며 자연스럽게 인권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 10편 외에도 한국 사회를 드러내는 다른 영화들을 끌고 와 ‘영화 평론’과 ‘인권’을 씨줄과 날줄로 엮는다.
책 제목은 인권영화 ‘얼음강’을 연출한 민용근 감독이 2014년에 펴낸 책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에서 따왔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총 대신 꽃을 쥐여주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다. 20편의 인권영화 역시 ‘영화가 영화를 부르고, 인권에 대한 질문이 인권을 불러온’ 20년의 시간과 함께했다. 그만큼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더디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왼쪽부터 영화 ‘메기’ ‘4등’ ‘어떤시선’(두한에게, 봉구는 배달 중, 얼음강) 포스터.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