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혜가 만난 이 시대의 ‘쟁이’들-딴따라라서 좋다
오지혜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9000원.
오지혜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9000원.
잠깐독서
“베짱이는 억울하다.” 개미가 열심히 일하는 동안 베짱이는 ‘띵가띵가’ 놀기만 한 것일까? 힘든 개미들은 베짱이의 연주에 단 한번도 위로받은 적이 없을까? 그 자신 ‘베짱이’인 오지혜는 답을 구하고자 우리 시대의 ‘베짱이’를 찾아 떠난다. 그가 생각하는 딴따라란 영혼을 위로하는 무당, 취재수첩은 접어두고 동병상련의 마음을 챙긴 채 연극판으로 영화판으로 노래판으로 나선다. “억울하지 않아요?” 뜻밖에도 자우림의 김윤아는 “아니오. 음악의 원천은 불행, 단지 저 자신을 위해서 노래하죠.” 자신을 구원하기 바빴노라고 한다. 문소리조차 “연기란 모르고 지나갔을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란다. 그럼, 개미를 위로하는 베짱이는 어디에? “얘들아 저 달을 보자”라는 태도로 공연한다는 이상은에게서 언뜻 영혼의 제의를 치르는 여사제의 기운을 느끼지만 억울한 베짱이는 아닌듯. 배고픈 연극쟁이들에 이르면…, 눈물 짜하다.
“어느 한 순간 행복을 느낄 때가 있긴 해요. 커튼콜 박수 받을 때요.”(연극배우 황정민-‘지구를 지켜라’ 순이역) 그저 잠깐의 재미를 준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이 연극배우의 행복의 죗값은 쓰디쓰다. 무대를 지켜내기 위해 남대문 시장 노점상, 털실공장 시다를 전전하며 이중생활을 한다. ‘76단’의 대표이자 간판 배우인 기주봉도 한때 정수기 외판원으로 생계를 꾸린 적이 있다. “딴따라는 저좋아서 하는 일이니 굶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건 참으로 섭섭하고 답답한 일이다.” 오지혜는 세상을 즐겁게 하는 ‘베짱이’의 억울함이 안타깝다. 하지만 배우 성지루가 돈맛을 볼까 겁이나서 잘나가는 보험맨을 때려치웠단 소릴 들었을 때 “철딱서니 없는 종자들이여”하고 딴따라의 숙명에 혀를 찬다. 통감이요 공감이다. ‘영원한 또라이’ 명계남, 반할 수 밖에 없는 배두나, ‘박해일스러운’ 박해일, 연기밖에 모르는 윤여정, 천재 청년 류승범…. 속절없이 속내를 털어놓는 딴따라 37명의 자기 고백은 솔직 담백하다. 배우론으로도 족하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2년여 연재한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를 묶었다. ‘시차’를 의식한 지은이는 인터뷰이들의 근황을 덧붙였다. 글솜씨 만큼이나 글의 매듭이 매끈하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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