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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성생활은 무예와 같습니다”

등록 2007-01-25 17:08수정 2007-01-25 20:16

<중국방내비적>
<중국방내비적>
20년이상 무예 십팔기 연마
‘방중술’은 천인합일의 수련
고급 지식인데 저질 소설류 취급
체계적 연구로 보건 차원 다뤄야
책·인터뷰/<중국방내비적>편역한 박청정씨

남녀간의 성생활에 관한 이론과 기법을 연구하는 ‘방내학’(房內學)은 고대 중국에서 자신을 닦는 수련·수양의 문화 가운데 하나로 분류돼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서양에서는 성의학, 성과학, 성학 등으로 불린다. 동양의 방중학은 ‘방중술’(房中術)이라고도 하는데, 사람의 몸을 천지자연의 대우주에 대비되는 작은 우주로 보는 ‘천인합일’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단순히 남녀 교합· 섹스의 흥미문제를 지나서 생명, 건강 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인식이다.

“교합의 도에는 고유형상이 있어 남자는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고 여자는 온갖 병이 없어지며 남녀 쌍방이 다 보익을 받아 정신이 유쾌해지고 기력이 강건해집니다. 그 이치를 모르면 몸이 날로 못쓰게 됩니다.”

대구에서 전통무예인 국기십팔기 무덕회 도장을 운영하는 박청정(46·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관장이 고대 중국에서 내려오는 방중술을 편역한 <중국방내비적>(中國房內秘籍)을 펴냈다. <소녀경> <옥방비결> <십문> <삼원연수참찬서> <자금광요대선수진연의> 등 옛 문헌 17편을 해제해 원문, 주해, 역문, 요점 순으로 엮어놨다. 중국 고대 방중술은 주나라 때 시작돼 진한 때 이뤄지고 위·진·수·당 때 성했다고 한다.

박 관장은 이 책에서 “방중술은 말초의 쾌락을 즐기는 기교·기술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는 마음을 전제로 남녀가 몸과 마음으로 한덩어리가 되며, 자연의 본성에 합일시키는 ‘신성융회’(神性融會)라”고 강조한다. 방중술은 인간의 건강과 화목한 부부생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20년 이상 십팔기 무예를 수련해온 무도인이 왜 이런 책을 펴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성생활과 무예는 한가지”라고 말했다. “무예나 기공수련, 독서하거나 영화보기, 목욕 등 이런 문화생활이 모두 ‘양생’입니다. 성생활도 역시 양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결국 큰 테두리에서 보면 무예나 성생활이 다 같다고 볼 수 있죠.” 양생은 생명을 도탑게 기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남녀가 함께 사는 게 자연의 이치”라고 강조하면서 “‘홀남자 홀여자’ 즉 독신들이 오래 살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건강을 헤치지 않고 기를 보전해가며 성생활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늘이 내린 성이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하지만 모두들 쉬쉬하며 터놓고 말하기를 꺼리는 경직된 풍토가 오히려 성범죄와 성병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소녀경> 같은 중국 방중술 문헌이 수준높은 고급지식이며 중요한 학술대상인데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나도는 삼류의 저질 소설류로 취급되는 현실이 늘 안타깝다. 그래서 그는 성생활, 또는 방중술 등을 대학에서 체계적인 학문으로 연구해야 하고 더 나아가 국민보건의 차원에서 깊이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방내비적> 편역한 박청정씨
<중국방내비적> 편역한 박청정씨
박 관장은 경주 동국대 4학년에 다니던 1984년에 해범 김광석 선생을 만나면서 십팔기를 배웠다. 사범자격증을 딴 뒤 울산과 경주를 거쳐 95년부터 대구에서 십팔기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십팔기는 창, 칼, 권법, 봉 등 18가지 종합병장무예를 말하며 조선시대 사도세자가 이름을 붙인 조선의 국기다.

그는 지난해 명지대학교 사회교육대학원에서 기공과학과를 졸업하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기공학 석사를 땄다.

25살 때부터 대구시내 서당 3곳을 옮겨다니며 11년 동안 정식으로 한문을 배웠다. 십팔기 무예를 수련하면서도 한문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 이제는 중국 문헌을 번역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만큼 실력을 쌓았다.

한국의 전통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역해>(武藝圖譜通志譯解)를 낸 바 있는 그는 십팔기 무예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책도 곧 펴낼 계획이다.

글·사진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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