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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여섯번째 ‘대멸종’, 인간이 부를라

등록 2007-07-06 18:16수정 2007-07-06 19:16

<대멸종>
<대멸종>
전체 생물종의 90% 없앤 페름기 대멸종
엄청난 화산 폭발이 햇빛 차단한 탓 진단
“환경파괴 멈추지 않으면 또한번 위기 폭주”
<대멸종>
마이클 J. 벤턴 지음·류운 옮김/뿌리와이파리·2만8000원

‘멸종’ 하면, 흔히 6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에 일어난 공룡 대멸종을 떠올린다. 공룡이란 동물의 매력 때문일 거다. 1980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팀이, 운석충돌로 공룡이 멸종했다는 게 진실이라는 증거를 내놓으면서 운석충돌과 공룡의 운명은 인간의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사실 백악기 말 대멸종은 맨 마지막에 일어났던 사건인데, 전 생물종의 절반이 멸절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살아남았다. 그랬기에 육상과 해양 생태계가 충분히 균형을 잡아가며 회복될 여지가 있었다.

정작 생명의 역사에서 절멸의 위기는 2억5천만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에 왔다. 페름기에는 지금과 비견될 정도로 복잡한 생태계가 진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풍성한 생태계가 순식간에 결딴이 나버렸다. 전체 종 가운데 90%가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멸종〉은 ‘페름기 말을 뒤흔든 진화사 최대의 도전’(부제)의 참상을 찾아간다.

지질학자들의 단서란 보잘것없다. 칼 세이건이 150억년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한 우주력을 보면 인간은 고작 12월31일 밤 10시30분에 태어난 우주의 막둥이에 불과하니 그의 손에 쥐어진 건 몇 개의 조가비와 돌무지뿐이다. 대멸종에 대한 어떤 이론을 끌어와도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추적할 수 있는 생명의 역사도 6억년‘밖에’ 안 된다. 그간 열댓 차례의 멸종이 있었고 그중 다섯 차례는 ‘대멸종’이 있었다고 본다. 페름기는 최악이었다. 어쨌거나, 대재앙에도 생물종의 10%는 살아남아 진화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1억년에 걸친 회복기를 통해 생물의 다양성이 복원됐고 인간이란 종도 생겨나기에 이른 것이다.

대멸종 앞에서 가장 궁금한 물음은 역시 ‘왜’이다. 지질학의 패러다임은 ‘격변론’ 대 ‘동일과정론’으로 볼 수 있는데 1830년대 이후 150년 동안 ‘동일과정론’이 우세했다. 화산활동, 운석충돌, 돌연한 멸종과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있었다고 가정한 ‘격변론’은 비과학적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질작용이 수십만년에서 수천만년에 걸쳐 아주 느리게 진행됐다는 ‘상식적인’ 동일과정론은 동물상과 식물상이 전체적으로 바뀌어버린 지층의 공백기를 설명하지 못했다. 미국 브리스틀대학 척추고생물학 교수인 마이클 벤턴은 이 책에서 격변론을 재발견하고 그것의 편에 서서 패러다임의 겨루기를 중계한다.

절멸 위기에 놓인 동물들. 판다, 스라소니, 사향노루, 수달, 물수리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생물종 10%만이 살아남은 2억5천만년 전 페름기 대멸종에 대해 〈대멸종〉의 지은이는 화산분출 모델에 주목한다. 지금도 하루에 동물만 수백종이 멸종하고 있으며 곧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절멸 위기에 놓인 동물들. 판다, 스라소니, 사향노루, 수달, 물수리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생물종 10%만이 살아남은 2억5천만년 전 페름기 대멸종에 대해 〈대멸종〉의 지은이는 화산분출 모델에 주목한다. 지금도 하루에 동물만 수백종이 멸종하고 있으며 곧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대멸종은 운석충돌 때문이냐, 화산활동 때문이냐? “그러다가 그게 다가왔다. 하늘에서, 지옥의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 같은 굉음을 내면서, 지구상의 생명의 길을 영원히 뒤바꿔버리게 될 천체 하나가 다가왔다. 그것이 지구를 때리자, 뒤이은 참상은 상상을 넘어선 것이었다.”
2001년 〈사이언스〉 논문에 운석충돌의 강력한 증거가 있다는 발표가 나자 미국 언론은 ‘소설’을 썼다. 페름기 말의 대멸종은 이렇게 그려지는 듯했고 인류의 미래도 그렇게 유추됐다. 영화 〈아마겟돈〉처럼. < BR> 그러나 연구자들은 운석충돌 이론에 대항한 화산분출 모델을 내세워 반박했다. 대규모 용암이 분출돼 유독가스로 뒤덮이고 온난화와 냉각화, 심해에 얼어붙어 있던 기체의 방출과 산소의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벤턴은 이에 기반한 ‘시베리아 트랩 모델’에 주목한다. 페름기 말기 시베리아에서 엄청난 화산활동이 일어나서 약 200만~300만㎦의 현무암질 용암이 쏟아져 나와 러시아 동부 390만㎢(시베리아 트랩)를 400~3000m 깊이로 뒤덮었다는 가설이다. 대단한 양의 이산화황과 먼지가 대기 중으로 뿜어져 그 먼지가 햇빛을 차단했고 분출기간 내내 암흑 상태를 야기해 그 결과 지구는 얼어붙어 육지와 바다의 생명을 대대적으로 멸종시켰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두 격변론은 아직도 새로운 증거를 들이대며 격론 중에 있어 패러다임은 어떻게 기울지 알 수 없다.
까마득한 옛적에 일어난 멸종사건을 두고 이런 논란을 벌이는 게 무슨 의미인가. 지금도 판다, 코끼리, 호랑이, 흰긴수염고래가 사라지고 있다. 지은이는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는 과거”라며 인간이란 종의 지구자원 남용에 대해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경고한다.
“종과 서식지를 하나씩 파괴하면 결국 과거에 일어났던 것 같은 폭주하는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일단 세계가 하향 쇠퇴기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되면, 아무리 인간이 개입한다 해도 원래 상태로 되돌릴 방법을 찾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 그런 참담한 사건들의 연쇄에 휘말리기 전에 환경을 파괴하는 짓을 멈추는 것이 더 좋은 일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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