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베스트셀러 읽기 /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잭 캔필드·게이 헨드릭스 지음, 손정숙 옮김/리더스북
책 한 권이 삶을 바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뇌리에 혹은 가슴에 박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킨 책, 그리하여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로 인생을 양분한 책들이다. 그런 독서체험이 있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체험담을 한 권에 묶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다. 이 책에는 비즈니스 컨설턴트나 베스트셀러 작가를 포함해 유명인사 48명의 체험담이 들어 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잭 캔필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지은이 존 그레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지은이 스티븐 코비 같은 이들이 이 체험담의 주인공들이다.
이 책은 지난 7월에 나와 석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4만부 가량이 팔렸다. 책을 편집한 리더스북의 장보금 과장은 “책을 출간하고 한 달 동안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는데, 두 달째 들어서면서 독자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며 “감동지수가 높은 책 내용에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공감한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책은 독서체험담이라는 에세이 성격에 자기계발서의 형식을 얹었다고도 할 책이다. ‘내일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한계를 두려워하지 말고 상상하고 노력하라.’ ‘꿈의 크기만큼 도전할 세상의 크기도 커진다.’ 꼭지들의 제목들은 전형적인 자기계발서풍이다.
이 책에서 명사들이 제시하는 ‘운명적인 책’에는 〈성경〉이나 〈싯다르타〉 같은 종교서적에서부터 〈연금술사〉, 〈멕스웰 몰츠의 성공의 법칙〉 같은 대중서까지 여러 성격의 책들이 들어 있다. 책의 본디 목적과 아주 다른 식으로 이해되고 소화되는 책들도 있다. 가령, 클리프바라는 기업체의 창업자인 게리 에릭슨은 자기 회사를 팔아넘기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순간에 환경운동가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이 쓴 〈나무 위의 여자〉를 읽었다. 오래된 삼나무 숲을 지키기 위해 60m 높이의 나무 위에 올라가 무려 2년 동안 버틴 이 여성의 투지에서 에릭스는 커다란 용기를 얻는다.
그런가 하면, 신화학 책을 읽고 환경운동가가 된 사람도 있다. 텍사스 해안의 평범한 어부였던 여성 다이앤 윌슨이 그런 사람이다. 어느날 화학공장에서 내버리는 유독물질 때문에 바다가 오염된다는 사실을 안 윌슨은 혼자서 단식투쟁에 나섰다. “우리 고장에선 여성이 그렇게 나서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일로 여겨졌다. 나는 혼자였고, 얼마나 더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때 그의 손에 잡힌 것이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현대판 영웅은 라바카 만의 새우잡이 배에 앉아 단식투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해오던 모든 일에 새로운 차원이 열렸다. 신화적 차원이었다. 내 인격은 180도 변했고 더는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머잖아 윌슨은 여성 환경운동가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인생을 바꿔놓는 결정적 책이 있다는 걸 윌슨의 경험은 알려준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