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 탈출기〉
■ 오잉? 오이도에 오이밭 없네!
〈골방 탈출기〉
여행기를 즐겨 보는 독자들은 두 부류다. 그곳에 가 보지 못한 사람, 그리고 내가 봤던 그곳을 다른 이들은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 포털 인기 웹툰 만화가들이 떠난 우리 국토 답사기인 <골방 탈출기>는 전자와 후자를 모두 만족시킬 만하다. <마음의 소리>의 조석, <애욕전선 이상없다>의 메가쇼킹, <입시명문 사립 정글 고등학교>의 김규삼,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의 오기사, <트라우마>의 곽백수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웹툰 만화가 16명이 총출동했다.
엉뚱하고도 기발한 상상을 펼치는 만화가들이야말로, 미리부터 다 아는 듯 착각하기 쉬운 국내 여행에서 최고의 길동무다. 오이밭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다고 좌절하는 오이도부터, 바다 없이는 밥을 안 해주겠다는 부인에게 떠밀려 메가쇼킹 만화가가 찾은 광안리까지 무심히 지나쳐 온 풍경이 펜촉 아래 되살아난다. 연애 한번 못 하고 “그러다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이천 쌀밥을 먹으러 떠나는가 하면, 신성리 갈대밭에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는다. <봄날은 간다>의 삼척 대나무 숲, <해변의 여인>에 나오는 신두리 해안 모래사구 등 영화에 나온 유명지는 물론이고, 파주 영어마을까지 등장하는 엽기발랄 골방 탈출기. 메가쇼킹 만화가·조석 외 지음/씨네21북스·1만2000원.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 역사의 흔적 배인 베이징 골목
〈제국의 뒷길을 걷다〉
몰락한 제국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는 황후 완룽을 불렀다. “당신이 친구처럼 날 대해줬으면 해요. 나는 친구라고는 없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그들은 후사를 남기기는커녕 잠자리조차 같이하는 일이 없었다. 완룽은 아편 중독자가 되어 행려병자로 죽었다. 푸이는 세 살에 보위에 올라, 일곱 살에 중화민국이 선포되자 퇴위 선언을 하고, 열아홉 살에 자금성에서 쫓겨났다. 베르사유에서 자전거 타기라는 노래도 있지만 자금성에서 자전거 타기는 어린 푸이의 거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페달을 밟으며 소년은 행복했다. 소설가 김인숙씨가 베이징 이야기를 묶어냈다. 한동안 베이징에 눌러앉은 그는 사라진 제국의 도읍에서 발이 닳는다. 자금성에서는 마지막 황제 푸이를 되새기고, 중난하이에서는 위안스카이의 종말을 목도하며, 오래된 골목들에서 완룽과 옛사람의 숨결을 느끼고 땀을 만져본다. 오래전 연암 박지원이 걸었던 길을 따라 천안문으로 향한다. 현대사 고비마다 등장하는 곳. 박지원·푸이·마오쩌둥이 겹침화면으로 등장했다 사라진다. “여행자의 예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때로는 거의 매일, 때로는 일주일에 한 번쯤 긴 수로를 거쳐 이화원의 남문에 도착하곤 했다. 그리고 두세 시간씩 산책했다.” 풍경의 세세한 무늬에 떨림이 촘촘히 새겨진 말이다. 김인숙 지음/문학동네·1만2000원.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 북한에 대한 악의적 편견 깨기 〈두 눈으로 보는 북한〉 어두운 강당, 눈부신 불빛, 더러운 입성, 붉은색 괴물, 터지는 비명. 검은 커튼을 걷어낸 뒤 선생님 말씀. “자, 영화를 보고 나니 북한이 어떤 곳인지 잘 알겠죠?” 적어도 1980년대까지 한국 사회 초등학생들이 받았던 북한 교육은 앎의 차원이 아니었다. 북녘에 대한 이성적 사고는 쓰다 버린 몽당연필 취급을 받았으며, 오직 끓어오르는 감정의 분출을 주먹에 실어 교탁을 내리치고 목청을 높이는 일이 횡행했다. 2008년 현재는 어떨까. 원광대 정치외교학·평화학 교수이며 1999년부터 ‘남이랑북이랑 더불어 살기 위한 통일운동’을 하고 있는 지은이가 보기엔, 아직 멀었다. 그래서 그는 국가보안법의 굴레에 옥죄일 두려움을 무릅쓰고 말한다. 북한은 아직 공산주의가 아니다, 북한도 정통성이 있는 정권이다, 김일성은 ‘가짜’가 아니다, 주체사상에도 긍정적 측면과 배울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무기까지 만들면서 병뚜껑도 제대로 못 만든다, 북한은 변하고 있다, 하여 체제 붕괴는 가능성도 크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라고. “진정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려면 북녘에 대한 악의적 편견은 없어져야 하고, 의도적 왜곡은 바로잡혀야 하며, 통일운동에 대한 금기는 깨져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재봉 지음/평화세상·1만5000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 양심 병역거부자 30명 ‘감옥통신’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은 총 대신 평화를 선택한 대가로 수인의 몸이 된 이들의 가슴아픈 사연이며, ‘우리 사회 내부 망명자’들의 어기찬 육성이기도 하다. 2001년 12월 오태양씨를 시작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30명이 감옥에서 보낸 기간은 37년 1만3500시간. 바로 그 시간을 편지와 수기 등으로 고스란히 담았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병역거부자 대체 복무제 허용 방침’을 밝힌 것이 출판의 계기가 됐다곤 하나,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이들에게 온전한 시민권을 주고 있지 않음을 고발한다. 병역거부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밝힌 사연들 속에서는 이들이 양심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세상에 맞섰는지, 또 얼마나 폭력을 혐오하고 평화를 사랑하는지, 누구보다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살기를 원하는 선량한 공동체의 일원인지를 웅변한다. 불교신자 오태양씨는 ‘좋은 벗들’이란 평화 단체에서 활동한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는 일에 행복한 마음으로 봉사하며 살겠노라’는 소박한 소망은 끝내 그를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첫 병역거부자란 레테르를 붙이게 했다. 그는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라’고 외친다. 이 책은 또 병역거부 운동의 논리와 역사 등을 설파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교수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글도 실었다. 전쟁없는세상·한홍구·박노자 지음/철수와영희·1만4천원.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 북한에 대한 악의적 편견 깨기 〈두 눈으로 보는 북한〉 어두운 강당, 눈부신 불빛, 더러운 입성, 붉은색 괴물, 터지는 비명. 검은 커튼을 걷어낸 뒤 선생님 말씀. “자, 영화를 보고 나니 북한이 어떤 곳인지 잘 알겠죠?” 적어도 1980년대까지 한국 사회 초등학생들이 받았던 북한 교육은 앎의 차원이 아니었다. 북녘에 대한 이성적 사고는 쓰다 버린 몽당연필 취급을 받았으며, 오직 끓어오르는 감정의 분출을 주먹에 실어 교탁을 내리치고 목청을 높이는 일이 횡행했다. 2008년 현재는 어떨까. 원광대 정치외교학·평화학 교수이며 1999년부터 ‘남이랑북이랑 더불어 살기 위한 통일운동’을 하고 있는 지은이가 보기엔, 아직 멀었다. 그래서 그는 국가보안법의 굴레에 옥죄일 두려움을 무릅쓰고 말한다. 북한은 아직 공산주의가 아니다, 북한도 정통성이 있는 정권이다, 김일성은 ‘가짜’가 아니다, 주체사상에도 긍정적 측면과 배울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무기까지 만들면서 병뚜껑도 제대로 못 만든다, 북한은 변하고 있다, 하여 체제 붕괴는 가능성도 크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라고. “진정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려면 북녘에 대한 악의적 편견은 없어져야 하고, 의도적 왜곡은 바로잡혀야 하며, 통일운동에 대한 금기는 깨져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재봉 지음/평화세상·1만5000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 양심 병역거부자 30명 ‘감옥통신’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은 총 대신 평화를 선택한 대가로 수인의 몸이 된 이들의 가슴아픈 사연이며, ‘우리 사회 내부 망명자’들의 어기찬 육성이기도 하다. 2001년 12월 오태양씨를 시작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30명이 감옥에서 보낸 기간은 37년 1만3500시간. 바로 그 시간을 편지와 수기 등으로 고스란히 담았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병역거부자 대체 복무제 허용 방침’을 밝힌 것이 출판의 계기가 됐다곤 하나,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이들에게 온전한 시민권을 주고 있지 않음을 고발한다. 병역거부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밝힌 사연들 속에서는 이들이 양심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세상에 맞섰는지, 또 얼마나 폭력을 혐오하고 평화를 사랑하는지, 누구보다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살기를 원하는 선량한 공동체의 일원인지를 웅변한다. 불교신자 오태양씨는 ‘좋은 벗들’이란 평화 단체에서 활동한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는 일에 행복한 마음으로 봉사하며 살겠노라’는 소박한 소망은 끝내 그를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첫 병역거부자란 레테르를 붙이게 했다. 그는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라’고 외친다. 이 책은 또 병역거부 운동의 논리와 역사 등을 설파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교수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글도 실었다. 전쟁없는세상·한홍구·박노자 지음/철수와영희·1만4천원.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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