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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8월 23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8-22 19:23

〈하늘이 감춘 땅〉
〈하늘이 감춘 땅〉
■ 길 없는 길의 끝 ‘깨달음’ 있었네

〈하늘이 감춘 땅〉

조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가 1년 동안 대한민국의 오지 암자들을 방문하며 ‘하늘이 감춘 땅’들을 찾아냈다. 온갖 군데 도로가 뚫려 오지가 없다고들 하지만, 지리산 성삼재까지 차로 오른 뒤에도 길 없는 길을 찾아 꼬박 한나절 넘게 걸어야 이를 수 있었던 묘향대에서 ‘부처님 오신 날’ 하루만 불자들에게 문을 연다는 화양산 봉암사, 땅끝 마을 달마산 도솔암에서 저 멀리 두만강 너머 우뚝 선 일광산 범바위까지 속세의 티끌에서 멀찍이 비켜선 암자들은 쉽사리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길 없는 길을 찾아가 만난 수도승들은 죽비처럼 내리치는 선답으로 전광석화 같은 깨달음을 안긴다.

오랫동안 전세계의 생태 마을을 찾아 다니고, 히말라야와 인도 오지를 순례하며 세계적 영성가들을 만나 온 지은이는 “봄을 찾기 위해 온 세상을 돌아다니다 지쳐 돌아와 앞마당에 들어서니 뜰에 매화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고 말한다. 절마다 전해져 오는 선승들과 인간의 오욕칠정에 얽힌 이야기들은 상사화처럼 애처롭고 따뜻하게 피어나 읽는 재미를 더한다. 조현 지음/한겨레출판·1만4000원.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 창씨개명의 ‘진실 혹은 거짓’


〈창씨개명〉
〈창씨개명〉
〈창씨개명〉

창씨개명에 대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 있다. 조선인 정체성 말살을 위해 일제가 강제 시행했으나 많은 저항을 불러일으켜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 그 대강이다. 조선 근현대사를 전공한 지은이 미즈노 나오키는 그 속살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차이의 정치’를 발굴해냈다.


1940년, 조선총독부는 조선식 성(姓)을 일본식 씨(氏)로 바꿔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성을 통해 서로를 ‘구분’하는 조선인의 종족집단을 해체하고, 천황을 종가로 삼은 ‘신하 가족’으로 모두 동화시켜 태평양전쟁에 동원하는 데 목표를 뒀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와 달리 일본 본토 정치인들은 조선인과 일본인이 이름까지 똑같아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여러 저항에도 불구하고 1940년 8월 무렵이면 400만여명의 호주 가운데 333만여의 호주가 일본식 씨를 신고했다. 총독부가 실적을 과장 집계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당시 대부분의 조선인이 창씨개명에 따랐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식민지배의 잘못을 일본인들에게 일깨우기 위해 쓰여졌던 이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 창씨개명의 미세한 결을 파악하도록 돕는다. 정선태 옮김/산처럼·1만60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 더 나은 세상 만드는 민중의 힘


〈권력을 이긴 사람들〉
〈권력을 이긴 사람들〉
〈권력을 이긴 사람들〉

86살의 나이에도 왕성한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지난해 신간이 <권력을 이긴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다. 폭력적인 정치·자본권력에 맞서 인간 존엄성과 권리를 쟁취해온 미국과 세계 민중들 이야기다. 진은 미국 역대 정부의 기만적 수사 뒤에 숨은 제국주의적 야만성을 낱낱이 폭로한다. 이에 맞서 종종 목숨까지 바치며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바꿔온 건 ‘보통 사람’들의 열정이었다. 시민불복종 운동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연방징병위원회 잠입사건 무죄 판결의 피고와 증인과 배심원들, 반전운동에 앞장선 이라크 참전미군들은 ‘진정한 영웅’들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공감·희생·용기·친절이야말로 어두운 시대를 헤쳐갈 희망”이자, ‘권력이 억누를 수 없는 힘’(책의 원제)이다. 미국 근현대사 중심이지만 그 의미와 교훈은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진이 한국어판 서문에 쓴 것처럼 “민중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역사에는 국경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워드 진 지음·문강형준 옮김/난장·1만7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일제 36년’의 기록 집대성


〈한국근대사산책〉
〈한국근대사산책〉
〈한국근대사산책〉

우리 시대의 논객 강준만 교수가 펴낸 ‘한국 근대사 산책’의 일제강점기편이다. 지난해 11월 나온 개화기편(1~5권)에 이은 완결판이다. 자료수집광답게 전문 논문과 당대의 신문기사까지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에 이르는 일제강점기 우리의 총체적 삶을 담았다.

사진만 보고 하와이로 떠난 ‘사진신부’, 연쇄극과 변사의 시대, 한반도를 휩쓴 사회주의 열풍, 조선에 불어닥친 황금광 시대…. “남자 가수들이 극장 문을 나서면 기생들이 자동차나 인력거를 줄지어 대놓고 자기 집으로 모셔 가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여기에 민족개조론, 간토대학살, 만주사변, 신사참배, 창씨개명, 8·15 해방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일제 36년’의 기억은 한국인 유전자에 각인됐고 한국 사회를 ‘정상과 중앙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사회’ ‘극도의 불안감이 감도는 각개약진 사회’로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한다. 그야말로 각종 자료를 통합해 ‘비빔밥’으로 담아내고 현재화한 ‘역사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인물과사상사·각권 1만4000원.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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