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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월 21일 잠깐독서

등록 2009-03-20 17:49

〈실질적 민주주의〉
〈실질적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 IMF에서 촛불까지

〈실질적 민주주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어떤 민주주의인가?” ‘한국 민주주의 이론과 정치변동’이란 부제가 붙은 <실질적 민주주의>는 이 두 가지 물음을 품어왔던 이들에게 훌륭한 참고서가 될 법하다. 글쓴이 최형익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이 물음들을 둘러싼 논쟁의 시발점으로 이 책이 자리매김되기를 희망한다. 그는 “시민사회론과 민주적 시장경제론 등 민주 개혁을 표방하는 두 민주주의 이론이 이룩한 일정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이후 한국 사회에서 비민주적 혹은 반민주적 결과가 초래된 민주화의 역설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글쓴이는 “한국 정당정치론의 재구성 및 절차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천착한 한국 정치학계의 거두 최장집 고려대 정치학 교수에 대해 비판적일 뿐 아니라, 시민사회론과 민주적 시장경제론 등 기존 한국 민주주의 이론들에도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경제학과 한-미 에프티에이, 공화국민주주의의 위기,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와 촛불의 정치적 의미를 다룬 장들은 국가와 시장, 민주주의와 경제의 접합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위기의 시대에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놓고 함의하는 바가 크다. 책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진보적·민중적 해석을 가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주의라는 일견 상반된 목표를 결합시켜 보겠다”는 글쓴이의 욕심이 담겨 있다. 최형익 지음/ 한신대학교출판부·2만원.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세계화의 덫’에서 벗어나기


〈글로벌 카운트다운〉
〈글로벌 카운트다운〉
〈글로벌 카운트다운〉

전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휘청대고 있다. 곳곳에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몰락하는가? 혼란스럽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문제점을 파헤쳤던 <세계화의 덫>을 쓴 하랄트 슈만의 후속작이다. 그는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새로운 세계체제를 형성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전지구적 파국인가, 새로운 세계질서의 서막인가?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세계화는 두 얼굴이다. 75만개 이상의 해외 자회사를 거느린 초국적 기업 약 7만7000개가 있고, 수출입 항구에서 매년 5억개의 컨테이너가 처리된다. 하지만 미국 전체 국민 0.1%, 약 30만명의 부호들이 하위 소득계층 3분의 1에 속하는 미국인 1억2000만명보다 많은 돈을 번다. 카지노 자본주의의 상징인 파생금융상품, 억만장자들의 조세 피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오만, 빈곤과 불평등, 에너지를 둘러싼 자원전쟁은 세계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화의 분명한 위기다. 지은이는 말한다. “인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세계적인 협력과 세계적인 재앙의 두 가지.” 방점은 “우리는 서로 없으면 살 수 없다”에 찍혀 있다. 그래서 세계화가 성공하기 위한 미래 과제를 제시한다. 세계화된 금융산업의 제어, 개도국의 대중 빈곤과 선진국의 사회적 분열의 극복, 재생에너지원에 의한 화석연료 및 핵연료의 대체다. 하랄트 슈만·크리스티아네 그레페 지음, 김호균 옮김/영림카디널·2만5000원.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 바늘방석에 앉은 세종의 고독


〈백성을 섬긴 왕, 세종이 꿈꾼 나라〉
〈백성을 섬긴 왕, 세종이 꿈꾼 나라〉
〈백성을 섬긴 왕, 세종이 꿈꾼 나라〉

10년 가까이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를 직접 제작할 정도로 한글 사랑을 실천해온 <문화방송> 최재혁 아나운서가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소설가 정도상씨와 함께 책으로 묶어냈다. 학구적인 지도자이자 개혁적인 군주였던 세종의 면모와 한글이 창제되기까지의 길고 치밀했던 과정을 소설처럼 흥미롭게 펼쳤다.

두 지은이는 학문에서 과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방대했던 세종의 업적이 ‘다르다’를 인정하는 세종의 철학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실용주의자였던 세종은 어린 시절부터 탐독했던 모든 책들이 중국의 것임에도 중국과 한국의 현실과 문화가 엄연히 ‘다름’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강한 사대주의자였던 국가 관료들 사이에서 이십대 젊은 왕이 뜻을 펼치기는 쉽지 않았다. 그 덕에 오히려 그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펼치며 한글 창제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천할 수 있었고 엄격한 신분제도의 금기를 깨며 인재를 등용했다고 분석한다. 또한 이 책은 실증적 자료와 소설적 상상력을 엮어 뛰어났지만 출발부터 불안했던 왕의 내면을 조명하고자 한다. 왕위를 물려준 아버지 태종이 외척을 몰아내기 위해 세종의 장인부터 처가 식구들을 모조리 노비로 만들 때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아픔이나 아버지뻘 되는 신하들 사이에서 바늘방석 자리를 지키던 세종의 인간적 고뇌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특히 구전설화로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안탁갑이’ 이야기는 강건하고 추진력 강한 군주이면서 내면적으로는 마음 누일 곳 찾기 힘들었던 세종의 고독함이 묻어나 마음이 찡해진다. 시대의창·1만2800원.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 ‘휴가신청서’ 찾게 만드는 음식 소개


〈우리 땅 남도 맛 이야기〉
〈우리 땅 남도 맛 이야기〉
〈우리 땅 남도 맛 이야기〉

가을 해산물 맛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낙지’가 ‘소갈비’와 한 그릇에서 뜨겁게 만났다. 이름하야 갈낙탕. 비싼 소갈비는 어쩌다 낙지의 품에 안기게 된 걸까? 갈낙탕을 처음 만들어 판 곳은 영암 학산면 독천골 독천식당이다. 이곳에서는 1970년대 후반 소값 폭락 파동이 일어나자 낙지탕에 소갈비를 넣게 됐다. <우리 땅 남도 맛 이야기>는 전라남도 특유의 ‘걸지고 푸지고 진하며 오묘한 맛’을 지닌 음식들과 이를 재현해내는 35곳의 식당을 소개한다. <한겨레> ESC팀에서 여행 분야를 담당하는 이병학 기자와 시인인 김성대씨가 남도 맛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발로 뛰었다.

‘미운 사위한테 매생이국 준다’에 담긴 의미나 ‘정주굴비’(靜州屈非)의 유래 등 흥미로운 사연들 사이로, 조금씩 자취를 감춰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묻어난다. “영암은 영산강 방조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이름난 펄낙지 산지였다. 방조제 건설 뒤로 개펄이 줄면서 지천이었던 낙지나 짱뚱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독천리 낙지 식당들에선 신안이나 목포, 무안, 장흥 등지에서 잡은 낙지를 받아 쓴다.”(53쪽) ‘오독오독한 해삼과 부드러운 미역이 입안에서 상생하는 가운데 시원한 무가 목을 보듬고, 끝인가 싶으면 마늘이 오묘한 존재감을 발한다’ 같은 문장과 ‘잡숴 달라’ 외치는 푸짐한 상차림 사진은 오감을 자극한다. 어느새 입에는 침이 가득 고이고, 휴가 신청서를 찾게 된다. 이병학·김성대 지음/북마크·1만3000원.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 가요 2천곡으로 쓴 한국 근현대사


〈한국가요사 1, 2〉
〈한국가요사 1, 2〉
〈한국가요사 1, 2〉

근대 이후 한국 가요의 역사를 본격 정리한 최초의 책은 1987년 일본어로 쓰여져 일본에서 출간됐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 2세인 박찬호(65)씨가 쓴 <한국가요사>가 우리말 번역본을 얻은 것은 1992년. 그로부터 17년 뒤, <한국가요사>가 두 권의 책으로 완간됐다. 1권은 전작의 수정증보판이고, 후속판 성격의 2권은 전작이 다루지 못한 이후 시기의 노래들을 지은이가 한글로 쓴 신간이다.

1권(1884~1945년)에는 녹두장군 전봉준을 기리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에서부터 ‘독립행진곡’(해방가)까지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민중의 수난과 저항의 노래들을 보듬었다. 2권(1945~1980년)에선 해방의 기쁨과 희망을 노래한 ‘사대문을 열어라’ ‘건국의 노래’부터 5월 광주의 아픔과 다짐을 노래한 ‘님을 위한 행진곡’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노래들을 망라했다. 수록된 노래만 2366곡, 민요에서부터 악극, 창가, 가곡, 오페라, 재즈, 트로트, 록, 포크, 발라드까지 20세기 우리 가요의 거의 모든 갈래를 아울렀다. 소개된 음악인도 남인수, 이난영부터 산울림, 조용필까지 2천여명을 헤아린다. 노래에 얽힌 사연과 일화들도 흥미롭다. 노래라는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올려 한국 근현대사를 재구성한 공든 탑이다.

사료적 가치도 크거니와, 200자 원고지 6000장 분량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지은이가 30년에 걸쳐 자료 발굴과 정리, 집필에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이 경탄스럽다. 박찬호 지음·안동림 옮김(1권)·이준희 편집(2권)/미지북스·각 권 2만9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허다한 우연이 역사 발전 일궜다


〈커넥션〉
〈커넥션〉
〈커넥션〉

인쇄술은 지난 2000년 사이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발명이 로마의 멸망에서 비롯됐다고 하면 억측일까? 영국 과학사가 제임스 버크의 해석을 쫓아가면 나름 고개가 끄덕여진다. 로마의 멸망은 제국의 도로망 파괴와 중세 유럽의 지역간 고립을 낳았다. 고립은 자급자족 경제체제를 잉태했고, 이는 다시 제분소와 물레방아 등 동력구동 장치 발달, 방직산업의 발달, 리넨 속옷의 발달 및 재활용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인쇄술의 발명과 제지산업의 발달로 나타났다는 게 버크의 주장이다. 버크는 역사의 발전은 이렇듯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사건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혁신은 한 사람의 파천황적 재능이 아니라 과거의 연속성과 수렴, 그리고 문화적 요소에 의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그의 저작 <커넥션>에는 재미있는 실례들로 넘친다. 스코틀랜드 한 기계공이 증기펌프를 약간 고친 게 산업혁명을 촉발시켰고, 원자가 쪼개질 수 있다는 사실은 19세기 한 일기예보관의 구름 만드는 장치에서 발아했다. 버크는 역사적 사건에는 ‘사고, 기후변화, 손재주, 주의 깊은 관찰, 야심, 탐욕, 전쟁, 종교적 신념, 속임수’ 등 숱한 요인들이 뒤섞여 있다고 말한다. <커넥션>의 모태는 1960년대 말 영국 <비비시>(BBC)가 방송한 동명의 과학다큐멘터리 시리즈다. 미국에서 후속편이 제작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은 이 프로그램의 제작자가 버크였다. 그는 프로그램 방영 내용을 모아 1978년 초판을 냈고, 95년에 이어 2007년 수정판을 냈다. 한국판은 2007년판 번역본이다. 구자현 옮김/살림·2만원.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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