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많아 꽃댕이 돌이 많아 돌테미〉
스키장 만들려던 불청객들
마을 어린이·어른들에 혼쭐
2006년 제천 ‘마을산찾기’ 소재
개발 앞 백전백패 현실 비틀어
마을 어린이·어른들에 혼쭐
2006년 제천 ‘마을산찾기’ 소재
개발 앞 백전백패 현실 비틀어
〈꽃이 많아 꽃댕이 돌이 많아 돌테미〉
김하늬 글·김유대 그림/한겨레아이들·9000원 박달재 꼭대기에는 구름도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싶어한다는 충북 제천 백운면 평동리라는 마을이 있다. 어느 날 이름도 이물스러운 불청객 ‘리조트’가 들어온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마을은 더는 어제의 마을이 아니게 됐다. 때마침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판화가 이철수씨와 평동리 주민들이 합심해서 2006년 ‘마을산 되찾기’에 나섰다. 몇 해 걸친 소송 끝에 지난가을, 대법원이 제천시의 손을 들어줬고 백운면에는 곧 휴양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고 권정생 작가가 바친 “그곳 하늘도 구름도 별도 달도 날아가는 새들도 모두 아름다워 철수 판화도 예쁘다”던 찬사는 “청정 원시림과 야생화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휴양·문화 테마 리조트’의 입지로 최적입니다”라는 홍보문구로 대체됐다. 여기까지는 늘 개발 앞에서 백전백패해온 현실의 기록이다. 박달재 자락에는 꽃댕이 마을이 있다. 방학 숙제로 마을조사단을 결성한 어린이들은 황씨 할머니를 만나 마을 이야기를 듣다가 눈뜨면 눈앞에 걸려 있는 바위투성이 돌테미산이 실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가득 품은 보물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산에는 지네가 많이 나는 한서덕도 있고, 마을 주민들이 몰살당한 치마바위도 있으며, 가마 타고 올라갔다 한 모금 마시고는 병이 나아 뛰어 내려갔다는 약물탕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 산에는 논뙈기 밭뙈기 하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서 사이좋게 나눠 눕는 묘지터가 있다. 이 산에 스키장을 만들겠다던 사람들은 죽으면 돌아갈 곳이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혼쭐이 나서 도망간다. 이것은 <꽃이 많아 꽃댕이 돌이 많아 돌테미>가 담은 마을 어린이들의 꿈이다.
이 책을 쓴 김하늬 작가는 평동리 옆 화당리에 1년을 머물면서 주변을 소상히 취재해서 <생명의 숲 제천 백운마을 조사보고서-백운? 백운!>이라는 책자로 엮어 내는 일을 했다. 개발을 막기 위한 소송이 한창이던 2007년부터는 평동리 이야기를 소재 삼아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설의 꽃댕이 마을과 실제 평동리는 많은 전설과 자연을 공유하고 있지만 결말과 에피소드들은 작가의 희망에 가깝다.
결국 현실은 바람과는 정반대로 전개된 셈이지만 작가가 마을 노인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순우리말로 곱게 걸러낸 산과 바위의 이름과 전설이 남았다. 포클레인이 곧 수백년 된 소나무와 함께 무질러 버릴 돌무덤의 사연이 남았다. 게다가 마을에는 수백년 전 이야기까지 줄줄 꿰는 입담 구수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직 터를 지키고 있으며, 개발 찬반론으로 갈라진 어른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어린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이 클 때쯤에는 연전연패의 기록을 만회할 날이 올 수 있을까? 당연하지, 어떻게 우리 아이들이 소설 속 아이들보다 못하단 말인가. 초등 고학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김하늬 글·김유대 그림/한겨레아이들·9000원 박달재 꼭대기에는 구름도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싶어한다는 충북 제천 백운면 평동리라는 마을이 있다. 어느 날 이름도 이물스러운 불청객 ‘리조트’가 들어온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마을은 더는 어제의 마을이 아니게 됐다. 때마침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판화가 이철수씨와 평동리 주민들이 합심해서 2006년 ‘마을산 되찾기’에 나섰다. 몇 해 걸친 소송 끝에 지난가을, 대법원이 제천시의 손을 들어줬고 백운면에는 곧 휴양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고 권정생 작가가 바친 “그곳 하늘도 구름도 별도 달도 날아가는 새들도 모두 아름다워 철수 판화도 예쁘다”던 찬사는 “청정 원시림과 야생화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휴양·문화 테마 리조트’의 입지로 최적입니다”라는 홍보문구로 대체됐다. 여기까지는 늘 개발 앞에서 백전백패해온 현실의 기록이다. 박달재 자락에는 꽃댕이 마을이 있다. 방학 숙제로 마을조사단을 결성한 어린이들은 황씨 할머니를 만나 마을 이야기를 듣다가 눈뜨면 눈앞에 걸려 있는 바위투성이 돌테미산이 실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가득 품은 보물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산에는 지네가 많이 나는 한서덕도 있고, 마을 주민들이 몰살당한 치마바위도 있으며, 가마 타고 올라갔다 한 모금 마시고는 병이 나아 뛰어 내려갔다는 약물탕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 산에는 논뙈기 밭뙈기 하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서 사이좋게 나눠 눕는 묘지터가 있다. 이 산에 스키장을 만들겠다던 사람들은 죽으면 돌아갈 곳이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혼쭐이 나서 도망간다. 이것은 <꽃이 많아 꽃댕이 돌이 많아 돌테미>가 담은 마을 어린이들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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