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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처음 만나는 글말 세상…친절하게 안내해요

등록 2009-04-10 21:04

처음 만나는 글말 세상…친절하게 안내해요
처음 만나는 글말 세상…친절하게 안내해요
교사 70명 6년 동안 머리 맞대
글자 조성 원리부터 차근차근
입말·글말·쓰기 함께 배워 재미
〈초등학교 1학년 우리말 우리글〉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지음/나라말아이들·1만5000원

선생님들에게 물으면 요즘 국어 교과서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한글을 뗀 아이들에게 물으면 아는 말 묻고 또 묻고 지겹다고 한다. 입말의 세상에서 글말의 세상으로 아이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여행이 즐거운지 확인할 길이 없는 부모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우리 아이 초등학교 입학 한 달, 부모도 학생도 선생님도 어렵다.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에서 펴낸 <초등학교 1학년 우리말 우리글>은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실에서 국정교과서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교과서를 꿈꾸는 책이다. 교과모임 교사 70명이 6년간 토론하고 2년간 썼다.

교사들이 국정교과서를 두고 “여전히 어렵고 불친절하고 때로는 갈팡질팡한다”며 인색한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말 우리글>을 기획한 남한산초등학교 김영주 교사는 “듣기 읽기 쓰기 등으로 기능 따라 분류된 국정교과서가 개별 목표만 강조하다 보니 입말에서 글말로 자연스럽게 옮아갈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글자 조성의 원리도 가르치지 않고 받아쓰기를 시키는 수업은 미리 글을 깨치지 못한 아이들을 바로 낙오시키는 공교육의 ‘포기각서’나 다름없다. 생후 24개월부터 학습지를 시킨 덕에 한글을 줄줄 읽고 쓰는 아이들도 순탄하지는 않다. 함께 책을 쓴 창도초등학교 박지희 교사는 “언어활동의 근간은 소통인데 학원에서 답을 배워 왔다고 믿는 아이들은 교사와 상호작용도 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한다. 빈약한 어휘와 말본으로 정답만 쓸 줄 알다가 글의 바다에서 낙오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초등학교 1학년 우리말 우리글〉
〈초등학교 1학년 우리말 우리글〉
<…우리말 우리글>은 이처럼 글자 경험이 다양한 아이들을 아우르며 함께 즐겁게 언어체험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책이 기존 교과서와 다른 점은 홀소리, 닿소리, 겹받침 등의 우리 말과 글 요소를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이며, 입말·글말·쓰기·나타내기 등을 한데서 배운다는 점이다. 활동 중심 교재로 말에서 글로, 생각으로, 언어가 체화되는 과정을 따라갔다. 국정교과서가 ‘바르게’를 강조할 때 대안교과서는 ‘재미있게’에 마음을 쓴다. ‘대안’이라는 이름에 따르기 쉬운 편견과는 달리 교육 목표와 수준은 국정보다 높다. 기존 교과서에서는 3학년은 되어야 배우는 임자말, 풀이말도 가르치면서 문법, 문학과의 통합도 시도한다. 9월에 발행될 2학년 교과서에서는 툭하면 끝말을 존댓말로 뜯어고치던 교과서와 달리 원래 문학작품을 그대로 살리면서 글의 참맛을 가르치려는 노력을 보탰다고 한다.

우리 교육에서 현장 교사들이 중심이 된 대안교과서가 설 자리는 아직은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희망컨대, 이 교과서가 다다르는 교실에서 봉숭아 꽃잎 같은 입술들이 소리내서 이 책의 아름다운 말들을 맛나게 조물거리기를. 유치원 다닌 친구나 아닌 친구나 마침내 첫 글자를 손힘 다해 쓰던 교실 풍경을 두고두고 기억하기를.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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