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용기를 주는 27가지 이야기〉
〈딸에게 용기를 주는 27가지 이야기〉
하인츠 야니쉬 글·젤다 마를린 조간치 그림·강명희 옮김/한겨레아이들·1만2000원 이 책에도 공주들이 나온다. 매트리스 100장 밑에 깔린 완두콩 한알 때문에 뒤척이고, 왕자가 구두를 들고 올 때까지 기다리고, 울면서 괴물에게 시집가는 예민하고 섬약한 공주들이 없을 뿐이다. 대신 호박을 깔고 누워도 곯아떨어지고, 스스로 단장해서 왕을 찾아가고, 무서워도 이를 앙다물고 앞을 향해 걷는 딸들이 있다. <딸에게 용기를 주는 27가지 이야기>엔 보는 사람 속이 터질 것 같은 고전동화 속의 미욱한 여자들 대신 씩씩한데다 유쾌하기까지 한 여자 주인공들이 나온다. 그런데 이 책은 <흑설공주> 같은 여성주의 시각으로 다시 쓴 동화와도 거리가 있다. 굳이 동화의 전복을 꿈꾸지 않기에 영리한 여자들이 세상을 구하느라고 피곤하거나 잔인해질 까닭이 없다. 공주가 패션쇼에도 나오고, 남자들을 두루 편력하는 세상에서도 사과를 먹고 쓰러지는 어리석은 공주 이야기가 수백 번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옛이야기의 다면성과 힘을 믿는 작가는 원전에 조금씩만 손을 대서 몰라보게 달라진 딸들의 세계를 그려냈다.
씩씩하고 유쾌한 진짜 공주들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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