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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귀를 열어요, 각시붕어 속삭임에
눈을 떠봐요, 칠게·방게 숨구멍에

등록 2009-07-31 19:23수정 2009-07-31 19:24

귀를 열어요, 각시붕어 속삭임에…눈을 떠봐요, 칠게·방게 숨구멍에
귀를 열어요, 각시붕어 속삭임에…눈을 떠봐요, 칠게·방게 숨구멍에
자연의 이웃들 주인공 삼아
생명을 생명답게 보는 동화




〈생태동화 1-우리 강 토종민물고기 이야기〉
서지원 글·원성현 그림/소담주니어·9800원

〈생태동화 2-우리 갯벌 꼬물꼬물 갯벌생물 이야기〉
황근기 글·원성현 그림/소담주니어·9800원

쉭쉭대는 강물 속에 얼굴을 담그니 그 속에는 더 큰 시끌이 났다. 각시붕어가 말조개 껍질 속에 알 낳는 소리, 수컷 산천어들이 터 잡느라 다투는 소리, 어름치 암컷·수컷이 힘을 모아 돌탑 쌓는 소리. 난폭하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배스와 블루길에 맞서 토종 민물고기들이 힘을 합쳐 죽기 살기로 싸우는 영산강쯤 되면 그야말로 한바탕 벅적이다. 물고기 소리를 들을 만큼 귀 밝은 사람이 있다면 귀가 컹컹 울리겠다.

갯벌은 오죽할까. 진흙 속에서 동막갯벌 조개들이 쉴 새 없이 새살댈 때 강화도 갯벌에선 아기 두루미가 말뚝망둥어를 붙잡고 길을 물었다지. 하다못해 갯벌 밑바닥에 사는 갯지렁이들도 살 구멍을 파느라 분주하다.

〈생태동화 1-우리  강 토종민물고기 이야기〉〈생태동화 2-우리 갯벌 꼬물꼬물 갯벌생물 이야기〉
〈생태동화 1-우리 강 토종민물고기 이야기〉〈생태동화 2-우리 갯벌 꼬물꼬물 갯벌생물 이야기〉

<토종 민물고기 이야기>와 <꼬물꼬물 갯벌생물 이야기>는 우리와 땅과 물을 나누어 살고 있는 생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화다. 책을 읽다 보니 대체 우리가 언제부터 다른 생명체에 대해 숙고하는 습관을 잃게 됐는지 궁금해진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새끼 마도요를 돌보고 딱총새우는 두루미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다 아는데, 인간 아닌 다른 생물은 종속과목강문계 어느 하나쯤으로 분류하고 마는 우리 포식자야말로 생태계의 외톨이다.

그래도 아직 우주의 본성을 잃지 않은 어린이들은 자연을 들여다보면서 갑각류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집게발에 가슴다리 10개가 달린 등딱지 생물이 실은 집게·달랑게·풀게·칠게·방게처럼 저마다 다정한 이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빈 고둥 껍데기를 찾느라 갈대숲에 숨느라 분주한 모양을 보노라면 눈이 밝아질지도 모르겠다.(<꼬물꼬물 갯벌생물…>) 달빛이 고요한 날 북두칠성을 향해 물위로 뛰어오르는 ‘칠성장군’ 쏘가리를 경이롭게 가슴에 남겨둘지도 모르겠다. 송어가 되기 위해 바다로 떠났던 산천어들이 다시 돌아와 알을 낳는 날을 위해 강마다 보를 두르는 그 일만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토종 민물고기…>)

자연을 정화하는 강과 갯벌, 두 지대가 품고 있는 생명체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자연 환경문제를 돌이켜보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토종 민물고기…>를 쓴 서지원 작가는 교훈적인 생태동화가 아니라 어린이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생명계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강의 비단잉어는 물고기들을 모아놓고 말한다. “우리가 곧 우주다.” “우리가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초등학교 전학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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