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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설치미술 보는 듯, 팝아트 보는 듯

등록 2009-09-04 19:11

〈나야, 나!〉
〈나야, 나!〉
〈나야, 나!〉
고경숙 글·그림/재미마주·18000원

워워, 읽어주고 캐묻는 교육열은 잠시 멈추시라. ‘교육적·사실적’ 편식증에 걸린 우리 그림책 시장에 어린이 아트북을 지향하는 실험적 그림책이 나왔다. 2006년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받은 고경숙 작가가 새로 그린 책이다.

“누가 날 버렸어?” 첫 장을 열자마자 구깃구깃 버려진 그림 속의 미미와 마주친다. “나야, 나!” 책을 열면 병풍처럼 주르륵 펼쳐지는 아홉 캐릭터들이 저마다 자기라는데 알고 보면 엉뚱하다. “내가 버렸어… 살을 빼려면 버려야 한대. 그래서 내가 다이어트에 성공하려고 버렸어… 기름지고 단 음식들을.”(뚱보)

두서없는 문답도 알쏭달쏭하지만 눈물 가득한 눈에 손 건반만 달고 있는 피아니스트나 머리 대신 경찰차를 이고 있는 교통경찰처럼 낯설고 기발한 그림들이 ‘친절한’ 동화책에 익숙해진 머리를 휘젓는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가려두어 정 궁금한 사람은 들춰 보도록 하는 식이다. 깡통으로 쌓아올린 설치미술을 보는 듯, 알록달록 고운 색깔을 덧입힌 팝아트 작품을 보는 듯, 잡다한 콜라주를 보는 듯 캐릭터들은 한껏 작가의 미술적 야심을 과시하지만 어린이들이 주눅들 이유가 없다. 로봇 같기도, 사람 같기도 한 캐릭터들은 기발하고 명랑할 뿐이다.

러시아 구성주의 화가 영향으로 만든 캐릭터들이라는데 어린이들 손낙서 같은 밑그림은 어디서 본 듯 친숙하다. 아무래도 주인공 미미는 어릴 때 정성껏 그리곤 했던 ‘언니’들과 비슷하다. 아하, 그러고 보니 누가 미미를 버렸는지, 알 것도 같다. 책을 읽는 어린이들도 자기 그림인 줄 알아볼지 궁금하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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