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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장아장 아기 동물, 한걸음 가까이

등록 2009-10-30 19:38

〈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두 마리 아기 곰〉
〈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두 마리 아기 곰〉




〈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일라 사진·이향순 옮김/북뱅크·9000원

〈두 마리 아기 곰〉
일라 글·사진, 이향순 옮김/북뱅크·9000원

집을 나온 아기 곰이 말과 병아리에게 차례로 길을 묻고,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는 아기 사자가 자꾸 무거워지는 머리를 토끼에게 기댄다. 그림으로 그렸다면 흔하디 흔했을 상상 같은 이야기가 사진으로 찍혀 사람들의 호기심을 건드렸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사진가는 뉴욕의 아파트에서 아기 사자와 아기곰을 키웠다고 한다.

동물의 생생한 표정이 담긴 사진들을 모아 이야기로 엮은 그림책이 두 편 나왔다. <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와 <두 마리 아기 곰>은 동물사진가 일라가 1947년과 1954년 미국에서 출판한 오래된 그림책을 이번에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동물 이야기가 부족할 리 있나, 화려한 색감의 일러스트가 빛나는 동물 동화책과 생생한 컬러를 자랑하는 생태 관찰책들 사이에서 굳이 50여년 전의 사진첩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장아장 아기 동물, 한걸음 가까이
아장아장 아기 동물, 한걸음 가까이

흑백 사진과 아기 동물들의 마음을 읊는 단순한 줄거리로 꾸민 책은 새로 나왔어도 책장에서 오래 뒹굴던 책처럼 낡아보인다, 울새 둥지를 발견한 아기 곰의 경이로운 표정(<두 마리…>)이나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는 아기 사자의 평화로운 얼굴(<졸려요…>)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어쩌면 동물에게 자아를 투영했던 우리 어린 시절의 기억일지도, 아니면 고양이에게 다가갈 때면 목소리조차 높이며 “좀더 가까이”를 추구했다던 일라의 기억일지도 모른다.

<어린이 책을 읽는다>의 지은이 가와이 히야오는 동물이 주인공인 동화책을 분석하면서 “우리의 개성을 확인하려면 자신만의 고유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의 아기와도 한없이 가까운 아기 동물들의 클로즈업된 표정은 보는 어린이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도, 교감을 일깨우기도 한다.

<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는 시인이면서 동화작가인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이 일라의 사자 사진 23컷을 엮어 동화책으로 만든 것으로 시인 특유의 섬세한 어조가 보태졌다. 일라는 1955년 우차 경기를 찍다가 타고 있던 지프에서 떨어져 죽었고,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은 1952년에 사망했으니, 각기 40대에 죽은 두 여성작가가 남긴 공동 작품인 셈이다. <두 마리 아기 곰>은 일라 자신이 이야기를 구상하고 사진을 찍어서 글을 붙였다. 울타리 밖으로 나가 길을 잃고도 정신없이 놀러다니는 두 마리 아기곰 뒤를 몰래 좇는 38컷 사진에는 목장의 송아지도, 큰 곰도, 까마귀도 함께 어울려서 자연세계가 빚어내는 질감이 풍요롭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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