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할매와 나〉
200살 팽나무와 나눈 교감과 서정
포근한 질감 살린 ‘이야기 풍경화’
포근한 질감 살린 ‘이야기 풍경화’
〈당산할매와 나〉
윤구병 글·이담 그림/휴먼어린이·1만2000원 철학자이면서 변산공동체를 만들어 농사꾼이 됐던 윤구병이 새로 낸 그림책이 낯설다. <심심해서 그랬어> <바빠요 바빠> <꼬물꼬물 일과 놀이사전> 등에서 너른 밭을 책상 삼아 농촌 풍경과 사람, 동물살이를 자상하게 일러주던 작가가 아닌가. “이 나무가 당산할매다”라며 시작하는 <당산할매와 나>는 별난 가르침 드러내지 않고 구름뫼에 당산할매 곁다리로 살 때 이야기를 담은 풍경화 같은 그림책이다. 화가 이담이 왁스페인트를 바른 위에 철필로 긁어내며 그렸다는 당산할매 그림은 일반 물감으론 표현하기 어려웠을 나무의 질감으로 육중하다. 사계절을 담아낸 풍경이 책장마다 압권이다. 책의 시작이 변산에서 살 곳을 찾아 계곡을 헤매던 1995년이라고 하니 변산공동체를 다음 세대에 넘기고 떠버린 작년까지 13년 세월을 담은 셈이다. 그러나 이 책에선 분주한 사연도, 그 나무에 깃들인 오만가지 생명체 이야기도 일체 걷어내버렸다. 이야기라면 작가가 당산할매라고 이름 붙인 이백년쯤 묵은 팽나무에 아침저녁으로 절하던 이야기, 여름이면 당산할매에 아이들이나 반딧불이가 찾아드는 풍경을 몰래 훔쳐보던 이야기랄까.
안겨봐요, 당산할매 넉넉한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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