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지음/창비·8500원 열네 살, 중1 소녀가 돌연히 목숨을 끊었다. 살아 있을 때는 있는 듯 없는 듯, 괴롭힘을 당하는지 남을 괴롭히는지 희미하기만 했던 소녀가 죽고나니 빈자리만으로 교실에서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천지가 자살하던 날 아침 이야기로 시작해서 자살하던 순간으로 끝나는 <우아한 거짓말>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원 같지만 실은 죽음으로써 진해지고, 확장된 한 세계를 그린 이야기다. 소설의 기본 얼개는 천지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 다섯개의 털실뭉치 속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짜맞추는 식이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의 유언이나 행적을 수집하는 데 조급하지 않다. 등장인물들은 그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목을 맬 줄을 떴다 풀었다 하며 굳건하게 죽음을 준비했던 천지처럼 자기 몫의 삶에 천지가 남긴 삶을 차분하게 뜨개질한다. 죽음의 진실은 어찌보면 단순하다. 친구 화연이 여러해 옆에 붙어 단짝 행세를 하며 실은 자신을 괴롭히고 모함한다. 방관하거나 합세하는 친구들 어느 하나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말 잘 듣고 속 깊은 아이’는 자신보다 너무 무거운 우울의 무게를 덜 곳이 없어 그만 떠나기로 한다. 남은 사람들은 어쩌라고? 의연하게 생활을 지키면서도 가해 학생의 부모 주변을 떠나지 않는 엄마나 냉정하게 자신을 변호하면서도 한편으론 스스로를 벌하고 다니는 화연의 ‘남은 삶’도 그보단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하루에 한명꼴로 십대들이 자살하는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지금 가해와 피해의 경계는 이렇듯 불분명하다. 청소년 소설 <완득이>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김려령 작가는 비통과 일상을 오가면서 이 분열의 경지를 자못 경쾌하게 변주한다. 천지와 비슷한 시기에 자신을 놓아버리려고 했던 경험을 가진 작가 자신도 당시의 우울과 기성세대의 공범의식 사이에서 소설을 썼다고 했다. 작가는 전화통화에서 “세상이 이처럼 자신을 누르고 늪 속으로 발을 잡아당기는 것 같은 시기가 분명 있다. 아이들이 뚜벅뚜벅 걸어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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