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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반도를 보듬어온 여성들의 역사

등록 2009-12-11 19:55

〈한국 여성사편지〉
〈한국 여성사편지〉
창조신 마고할미·발해 여장군·YH 여공…명망가부터 허리 펼 날 없던 민초들까지




〈한국 여성사편지〉
이임하 글·조승연 그림/책과함께어린이·1만3000원

이임하씨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국역사를 다시 풀어쓰는 역사 연구자다. 앞선 책 <계집은 어떻게 여성이 되었나>처럼 주로 19~20세기 근대 여성사를 엮어온 그가 이번엔 청소년용으로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역사 속 여성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드라마 <선덕여왕>이나 <천추태후>를 보며 자란 요즘 아이들은 여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세상에 대한 낯가림이 없을까. 그러기엔 남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교과서와 집 밖으로 한발짝만 나서도 여자들의 머리 위에 놓인 유리천장이 무겁다. 몇몇 역사 속 여성 영웅들 이야기를 들은들 남성중심의 사회구조에서 이내 기억속에서 사라진 곁가지 정도로 여기기 십상이다.

<한국 여성사 편지>는 오줌줄기로 섬과 육지를 갈랐다는 창조신 마고할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한반도를 밟고 간 여자들 이야기를 세심하게 훑는다. 여성의 눈으로 역사를 쓴다고 해서 ‘우리도 거기 있었노라’는 강변만 듣게 될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 판도라라는 여자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 세상에 악을 퍼뜨렸다는 그리스 신화와 소별왕이라는 남자가 속임수로 세상을 맡았기 때문에 죄악이 퍼졌다는 우리 신화의 거리가 멀고도 먼 것만큼 여성 중심으로 쓰여진 역사는 전혀 다른 세상을 눈앞에 펼치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보듬어온 여성들의 역사
한반도를 보듬어온 여성들의 역사

책에선 제석신의 어머니인 당금애기, 거란과 맞서 싸운 발해 여장군 홍라녀 등하늘과 땅을 평등하게 나누며 군림했던 여자들 이야기가 나올 때 빠짐없이 길쌈, 농사일, 심지어는 군역까지 분담하느라 허리 펼 날이 없었던 여자들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많은 여성사들이 남성 위주의 반쪽짜리 역사를 온전하게 만드는 데 골몰했던 데 비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여성 권력자, 명망가들의 역사에 이름없는 여성들의 역사를 보태는 데 주력한다. 그래서 데파트먼트 걸(백화점 점원), 여자 공장노동자들이 송계월, 최은희 같은 신여성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1970년대 경제성장사를 말하기 위해선 독일로 간 간호사들과 와이에이치(YH) 사건으로 숨진 김경숙씨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순전히 착오 때문에 6년 4개월동안 한국 정신병원에 갇혔던 네팔의 찬드라 이야기가 책의 마무리를 차지하면서 얼핏 여성사는 수난사처럼 읽히지만 평양 을밀대 지붕 위에서 홀로 농성한 고무공장 노동자 강주룡, 축구심판을 보는 남북 여성들 이야기가 어우러지니 역사의 진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소수자의 이름으로 역사가 굳이 다시 쓰여져야 하는 이유다. 초등학교 6학년 이상.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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