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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때깔만 고운 한국…‘빈곤의 생얼’

등록 2010-01-15 21:21수정 2010-01-15 21:29

〈한국의 가난〉
〈한국의 가난〉




〈한국의 가난〉
김수현·이현주·손병돈 지음/한울·2만3000원

한국에서 빈곤층은 ‘공식 통계’로 15%에 이른다. 가난한 탓에 질병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가구는 12%를 넘는다. 65살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50%에 가깝다. 빈곤 극복은 여전히 가장 무거운 과제다. 김수현(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 이현주(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손병돈(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 사람이 <한국의 가난>을 함께 쓴 이유다.

국제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처음으로 국제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다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보호받을 권리가 부끄러운 것으로 취급되는 사회, 여전히 자수성가의 신화가 가득한 사회 아니냐고 지은이들은 묻는다. 40년 전 청계천 노동자 전태일이 ‘나는 두 발로 일어서기가 너무 힘겹다’고 말했던 현실에서 한국은 얼마만큼 달아났는가.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듯 사람의 정신을 잠식하는, 전쟁 같은 가난을 격퇴하는 데 한국 사회는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의 가난’을 정확히 바라보자는 지은이들의 주장엔 이런 절박함이 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로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 빈곤문제 가운데,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경제구조를 지은이들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빈곤’이다. ‘고용 없는 성장’은 ‘희망 없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들이 보기에 한국은 ‘빈곤 위험 사회’로 치닫고 있다. 첫째, 빈곤의 위험 범위가 매우 넓어졌다. 경계선에 있는 이들을 더하면 빈곤율이 30%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둘째, 가난을 느끼는 영역이 넓어졌다. ‘밥은 먹고 산다’는 식의 생존이 아니라 ‘인간다운 생활’로 확장된 것이다. 주거·의료·교육 등에서 개선의 여지가 ‘거의’ 없다면 그것은 빈곤이다.

셋째, 가난의 결과가 물질적 결핍을 넘어 사회적 고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구임대아파트 지역에 사는 아이들을 다른 지역의 아이들이 ‘영구’라고 놀린다. 더 따질 것도 없이 ‘안타까운 상징’이다.

넷째,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마저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소득이 기회를 낳는 세상에서 박봉은 박탈을 뜻한다. ‘스펙 쌓기’와 가난의 대물림이 하나의 함수관계로 굳어진 지 오래다. 노부모 봉양도 못하고 자녀 교육도 못한다. 결혼조차 ‘무기한 연장’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오로지 생존에만 매달리고도 통장은 초라하다. 가족 가운데 큰 병을 앓는 이마저 있으면, 그건 나락으로 추락하는 걸 뜻한다. 불안만 있고 희망이 없는 노동은 이처럼 참혹하다. 사회복지의 현실은 어떤가. ‘가난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원하는’ 대증요법식 정책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느냐는 유행어에는 무시 못할 진실이 있는 셈이다.


그러면 해법은 무엇인가.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공공부조(국민기초생활보장제), 사회보험(국민연금·의료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사회서비스의 강화다. ‘저인망식 사회안전망’이 절실하다. 일할 기회가 더 많이 마련되고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구조는 필수다. 하나도 새롭지 않지만 유일한 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서도 복지국가 운운하는 정치인들이 수두룩한 세상에서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있을까?” 비록 ‘희망 고문’이 될지언정 포기해선 안 된다고 지은이들은 강조한다. “우리의 꿈을 감히 빈곤 극복이라고 정하자.” 한국 사회 빈곤의 현실을 ‘빈곤이란 무엇인가, 가난의 모습, 왜 가난해지는가, 빈곤 넘어서기’로 나눠 정리했다. ‘슬픈 통계’가 가득하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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