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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사 향방 가른 맞수 열전

등록 2010-02-19 19:30

한국사 향방 가른 맞수 열전
한국사 향방 가른 맞수 열전
‘단군 : 기자’ ‘무속 : 불교’ 등
주요 쟁점 라이벌 구도로 풀어
〈청소년을 위한 라이벌 한국사〉
강응천 지음/그린비·1만5900원

동족의식을 싹틔운 고려 사람들은 단군을 문화와 역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런데 중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한 조선 사대부 한백겸은 은나라 기자가 고조선에 들어와 예의를 가르쳤던 증거를 찾으려 고심했다. 역사는 온전히 뒷날로 물려지는 화석이 아니다. 뒷사람들의 생각을 따라 출렁인다.

〈청소년을 위한 라이벌 한국사〉
〈청소년을 위한 라이벌 한국사〉

<청소년을 위한 라이벌 한국사>는 한국사의 주요 쟁점을 라이벌 구도로 풀어 쓴 책이다. ‘만주 대 한반도’ ‘무속 대 불교’ ‘문신 대 무신’ ‘1884 대 1894’ 처럼 우리의 운명을 갈랐던 분쟁과 사건들을 좇아가며 곳곳에서 대결의 흔적을 찾는다. “만약 묘청의 난이 성공했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갑신정변이 미수에 그치지 않았다면 우리가 사는 현대는 어떤 모양새였을까” 가정을 일삼는 이유는 이 책의 목적이 통사를 고스란히 전하는 것에 있지 않기 때문이리라. 고조선에서 1997년 외환위기까지 5천년 긴 길을 비추는 초롱불은 역사가의 눈이다. 민족주의 사학자 박은식이 “연개소문은 독립 자주의 정신과 대외 경쟁의 담력을 지닌 우리 역사상 제일인자”라고 치켜세울 때, 신채호가 “김부식이 묘청을 이긴 탓에 조선사가 사대적·보수적·속박적인 유교사상에 정복되고 말았다”고 한탄하는 순간, 역사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바로 옆에서 뒤척인다. 책은 승자를 위해 꽁꽁 묶인 보퉁이를 풀어헤친다. 예컨대 책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을 한편으로, 부여, 옥저, 동예, 마한, 가야 등의 작은 나라들을 다른 한편으로 엮어 라이벌이라 부른다. 고대시대의 라이벌이라 하면 고구려, 백제, 신라를 떠올릴 텐데 삼국이 생겨나기 이전에 존재했던 소국들을 삼국과 라이벌 관계로 설정한 것이다.

라이벌이라 해서 둘 중 하나가 사생결단에 이르도록 경쟁하는 관계만은 아니었다. 고대사에선 그것이 통일 신라와 발해라는 맞수이면서도 당나라에 맞서는 공동체로서 균형을 유지한 관계였다면 조선사에선 성리학이라는 공통된 사상에서 나온 훈구 대 사림(13장) 같은 사대부들의 이합집산이었다. 때론 하나가 이울고 그 때문에 다른 라이벌이 태어나기도 하는데 현대에선 자유당 정권을 퇴장시켰던 4·19혁명과 다시 독재세력을 불러들인 5·16 군사쿠데타, 6·10 항쟁과 이를 수습하려 한 6·29 선언들이 주체와 사상 면에서 라이벌이라는 것이다.

라이벌은 우리 안에도 있다. 단군과 기자의 대결로 시작한 책은 한국땅에서 쫓겨나고 만 네팔사람 미누 이야기로 끝맺는다. 돌아보니 어제 무한한 선택지가 있었다면 오늘도 그러리라. <근현대사신문> <청소년을 위한 라이벌 세계사>처럼 청소년을 위한 역사서를 꾸준히 써온 지은이 강응천씨는 청소년들이 역사문제에서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주체적인 질문을 던지게 할 요량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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