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티타〉
〈티타티타〉 자꾸 뒤를 돌아본다. 교사인 소연과 홈쇼핑 호스트인 미유는 갓난아기 때부터 샴쌍둥이처럼 붙어 자랐다. 두 여자가 함께 기억하는 가장 오랜 장면은 ‘티타티타…’ 하며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두드리던 날이다. 첫 키스 경험도 서로 헷갈릴 만큼 한 덩어리 기억을 공유한 주인공들이지만 애초에 다른 존재, 게다가 삶의 모태가 되고 그늘이 될 가족이 다르다. 불안한 현재가 자꾸 어린 시절로 발길을 돌려세운다. 한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와 경쾌하게 갈라선 어머니가 홀로 키운 소연은 대책 없는 박애주의자로 자랐다. 아버지의 부재와 “사랑하지 마, 부담스럽다”는 어머니는 사랑에 대한 허기를 키웠다. 자신의 사랑을 강요로만 표현할 줄 아는 아버지, 욕설이 일상이 된 어머니, 박제처럼 키워진 언니에 둘러싸여 자란 미유는 사랑을 폄하하는 일에 익숙하다. 소설 <티타티타>는 함께 연탄곡을 치던 시절이 지난 뒤에도 붙어 살던 두 주인공이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삶과 사랑을 변주하는 풍경을 다룬다. 등장인물들이 한 악장을 맺음하는 방식은 이렇다. 미유 언니는 술을 마시고 손목을 그으면서 아버지가 마련하고 어머니가 방치한 삶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미유는 소연의 애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손쉽게 사랑을 저버리려 한다. 작가 김서령씨는 이 모든 부대낌은 인물들의 자존감과 관계의 성장통이라고 꾸준히 암시한다. 그러나 “숱한 날들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미성숙했다. 요지부동인 결핍들”이라는 소연의 말처럼 과거와 내면이 지배하는 소설은 아직 성장하는 기미가 보이진 않는다. 주인공들은 지금 ‘성장’이라는 때때옷을 입기 전 벌거벗은 참이다. /현대문학·1만1500원.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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