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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걸쭉한 농탕질… 신명나는 ‘해방놀음’

등록 2010-04-23 22:52수정 2010-04-23 23:00

〈겨레전통도감 탈춤〉
〈겨레전통도감 탈춤〉
중요무형문화재 탈춤 11마당 소개
깨끼춤·문둥춤 등 ‘전통화법’ 그림도




〈겨레전통도감 탈춤〉
토박이 기획·조현 글·홍영우 그림/보리·3만5000원

“양반과 선비는 내 불알이다 하며 소불알 하나를 잡고서는 난리도 아니야.” 청소년에게 사라져가는 옛것을 전하는 책에 알고 보니 ‘19금’ 발언들이 수두룩하다.

어디 그뿐인가. 여자를 두고 늙은 중과 취발이(절간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총각)가 싸우고, 포도부장이 각시 때문에 샌님과 싸우고, 양반들이 서로 상투를 잡고 싸운다. 술만 어른에게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싸움도 욕도 음담도 어른에게 배워야 하는 것일까.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1가지 남북한의 탈춤을 담아낸 <탈춤>은 내내 비슷한 인간 군상들의 싸움과 농탕질이다.

책이 소개한 통영오광대 봄놀이를 보면 마을 사람 하나를 일일 사또로 뽑아 평소 못되게 굴던 사람을 집어내 실제로 곤장을 때리고 곡식을 빼앗을 수 있게 했단다. 탈을 쓰는 순간 자리와 권력까지 바꿈하던 놀이 본성에 비하면 ‘야자 타임’ 따위나 허용된 요즘 놀이 울타리는 얼마나 좁은가. 게다가 양반들은 돼지 우리에서 좋다고 뒹굴고, 거룩하신 노장 스님이 여자들과 시시덕대질 않나, 샌님은 뒤로만 아니라 앞으로도 뇌물을 받아챙기며 권력 뒤편을 발가벗긴다. 여당 국회의원이 나서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도 못하게 하는 ‘더러운 세상’에선 넘보기 어려운 해방감이렷다.

걸쭉한 농탕질… 신명나는 ‘해방놀음’
걸쭉한 농탕질… 신명나는 ‘해방놀음’

탈춤 11마당마다 타락한 권력과 종교, 남자 중심 가족제도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지만 지역마다 전해 내려오는 색깔은 다르다. 통영오광대에선 괴물 영노가 양반을 잡아먹지만 고성오광대에선 양반과 화해하고, 양반동네 하회마을에선 파계승이 신나게 놀아나지만 불교색 강한 봉산탈춤에선 중들이 참회한다. 그러나 우리 시골마을도 해방놀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 안동탈춤페스티벌, 부천탈춤축제, 양주상설공연 등을 돌며 탈춤마당을 채집했다는 글쓴이 조현씨는 요즘 관객의 귀엔 잘 들리지 않는 신명나는 입담을 소상히 써내려가면서 ‘공연 예술’ 탈속에 갇혀 있는 탈춤의 기운을 전하려 했단다. 탈춤의 신명이라면 어디 대사뿐일까. 화가 홍영우씨가 맺힌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내리는 통영오광대놀이의 문둥춤, 힘을 과시하는 양주별산대놀이 옴중의 깨끼춤, 너울 자락에 과부 한을 실어내는 북청사자놀음의 애원성춤 등 68개 과장을 전통 화법으로 그렸다.

<탈춤>은 보리출판사가 펴내는 겨레전통도감 시리즈 마지막 권이다. 1권 <살림살이>에서 시작해 <전래놀이>, <국악기>, <농기구>를 세밀화로 재현했다. <탈춤>에서도 지역마다 놀이마다 다른 색을 입은 옛 탈 그림 129점을 보태며 그림에 공을 들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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