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교육으로 가는 길〉
잠깐독서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 40여년 전 이오덕 선생은 시골학교 교단에 섰다가 무엇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던 아이들이 무서운 선생의 얼차려에 맞춰 구령을 내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아이들의 입을 틀어막았는지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은 고 이오덕 선생이 40여년 교단에서 아이들과 뒹군 경험과 생각들을 담아낸 책이다. 1990년 <참교육으로 가는 길>로 나왔던 책을 요즘 교육의 얼굴에 맞춰 덜어내고 새로 뽑아 엮었단다. 교실마다 대형 모니터가 놓이고 부모와 아이들 눈이 밝아졌어도 선생이 처음 교단에 선 1944년부터 지금까지 교육의 속내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책의 본말이다. 선생은 “아이들이 항아리나 국화꽃 따위를 들여다보고 신묘한 사상에 취해 있다면 병신이 된 것이다”라고 일갈했지만 유치원에서부터 남의 글과 그림을 본뜨도록 하는 지금 교육은 아예 제도화된 불구 교육이기 때문이다. 책은 말을 잃어버린 아이들을 위해 ‘참글쓰기 교육’을 제안한다. 아이들이 제 말을 적으면서 숨통을 틔우고 말문을 열도록 하라고 한다. 그런데 글이 바로 서려면 삶이 바뀌어야 한다. 선생이든 아이든 봄놀이를 읊조리는 구경꾼의 삶을 버리고, 땀 흘려 일하고 그 삶을 글로 적는 노동자의 삶으로 바뀌어야 참글이 나온단다. 일을 가르쳐 사람을 만들고, 글짓기를 가르쳐 마음을 키우는 교육철학은 뺏고 빼앗기는 참담한 삶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더욱 불행해진 교육에 대한 애도로 읽힌다. /고인돌·1만3000원.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