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대한민국〉
〈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대한민국〉
이형준 글·사진/시공주니어·1만7000원 ‘왕자의 난’을 일으켜 형제에게 칼을 꽂았던 이방원은 그 살육의 현장인 경복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창덕궁을 지었다. 1년 만에 급히 쌓아 올리다 보니 왕권의 위엄보다는 깔고 앉은 북한산 산줄기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친화적인 모양새가 되었다. 이와 달리 강력한 왕권이 새롭게 돋아나는 도시를 꿈꾸던 정조는 여러 해 설계하고 3년 동안 공사한 끝에 화성에 11개 문과 48개 시설물을 거느린 견고한 성곽을 쌓아 올렸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시리즈는 문화재의 눈으로 역사를 돌아보는 기획이다. 그동안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아메리카를 고루 돌다가 이번에 ‘대한민국’ 편을 내면서 여러 대륙에서 발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우리 땅으로 들어섰다. 책에 소개된 24가지 우리 문화유산을 들여다보니 이탈리아(41건)·스페인(40건)·중국(35건)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유 대국들에 비하면 늘 몇 첩 안 되는 반상처럼 여겨졌던 우리 밥상이 뜻밖에도 화려하다. 게다가 위용과 규모에서 한참 모자란 줄만 알았던 우리의 궁궐과 사찰은 풍부한 인격을 얻게 된다. 왕들이 위풍당당 즉위식을 올렸던 인정문을 통해 창덕궁을 들어선 다음에는 나라에 변란이 있을 때마다 불타서 새로 지었던 수난의 상징, 인정전과 희정당을 어김없이 들르게 된다. 한편으로는 비운의 왕들이 즐겼던 외딴 방 낙선재도, 다른 한편엔 왕이 농사일을 하는 청의정(사진)도 품고 있는 궁이다. 이곳에서 정조는 책 들일 곳이 모자라 2층 건물을 올렸고, 순조는 어쩐지 더 편안하고 그리운 양반집을 본떠 연경당을 보탰고, 인조는 북쪽 바위에 글씨를 새겼단다.
여럿이 물려오다 구중궁궐 못지않게 사연이 구구한 단오제며 남사당놀이며 영산재는 또 어떤가. 책은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경주 역사 유적 지구, 조선 왕릉의 8개 세계 문화유산과 직지심체요절 등 기록 유산에다 2009년 선정된 무형 유산인 제주 칠머리당영등굿과 처용무 등도 빠짐없이 담았다. 오래된 볼거리들을 몇 년 새 생생하게 찍어낸 사진이 장점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이형준 글·사진/시공주니어·1만7000원 ‘왕자의 난’을 일으켜 형제에게 칼을 꽂았던 이방원은 그 살육의 현장인 경복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창덕궁을 지었다. 1년 만에 급히 쌓아 올리다 보니 왕권의 위엄보다는 깔고 앉은 북한산 산줄기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친화적인 모양새가 되었다. 이와 달리 강력한 왕권이 새롭게 돋아나는 도시를 꿈꾸던 정조는 여러 해 설계하고 3년 동안 공사한 끝에 화성에 11개 문과 48개 시설물을 거느린 견고한 성곽을 쌓아 올렸다.
청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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