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용법〉
잠깐독서 /
〈책 사용법〉
검색과 멀티미디어의 시대에 한 권의 책 예찬서가 더해졌다. 랜덤하우스 창립자 베네트 서프는 기다란 도서목록을 널려 있는 황금 보듯 했단다. 괴테에게 책은 80년을 동반해도 아직 읽는 방법조차 터득할 수 없는 불가해한 것이었다고 한다. <책 사용법>은 옛 사람들의 숱한 고백과 “책은 다른 시대의 유물인 동시에 전성기의 매력을 영원히 유지하는 물건”이라는 필립 블룸의 말을 인용하면서 검색이 아닌 탐색의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실용적인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앎과 감각의 세계에 취하게 했던 인문학서들과 문학의 구절들로 빼곡하다. 치유와 소통, 지식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50여권이 넘는 참고문헌들의 간략본이기도 하다. 전자책을 눈앞에 두고 책이 진화해온 역사를 돌아보지만, 그것은 양피지나 필사본이 금속활자나 얇은 합본으로 대체된 모양새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읽는 사람이 책을 통해 삶을 진화하고 책이 의미를 진화하는 과정이 더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버들개지처럼 여린 손가락 끝에 닿는 그 무엇”이었던 책이 세월이 지나면서 “삶을 거듭 살게 하는 유일한 그 무엇”이 되었다면 책이 준 열락의 세계를 톡톡히 누린 셈인데, 비결이 무엇일까? 26년차 편집자면서 마음산책 출판사를 운영하며 마음껏 책을 탐해온 저자는 재미있는 것에서 진지한 것으로, 난삽한 책에서 고전으로 쏘다니라고 충고한다. 말하자면 뇌의 새겉질과 변연계를 다해 책과 화학적으로 결합하고 저 창백한 종이더미에 내 사유를 물들이라는 식의 책도락가들의 전방위적 접근법이다. 정은숙 지음/마음산책·1만원.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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