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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가난한 이들의 친구 ‘인간 붓다’

등록 2010-07-23 18:52

가난한 이들의 친구 ‘인간 붓다’
가난한 이들의 친구 ‘인간 붓다’
〈싯다르타의 꿈, 세상을 바꾸다〉
백승권 글·김규현 그림/불광출판사·1만2000원

부모와 아이가 함께 2600살 먹은 종교의 큰 스승을 찾아갔더니 뜻밖에 고통과 갈등에 싸인 한 어린이를 만나게 된다. 부처 일대기를 그린 이 책의 주인공은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쳤다던 그 붓다가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는 뜻의 싯다르타라는 이름만큼 귀한 신분을 지니고서도, 마음속엔 슬픔과 의문이 가득한 어린아이다.

〈싯다르타의 꿈, 세상을 바꾸다〉
〈싯다르타의 꿈, 세상을 바꾸다〉

동심과 불심은 하나라고 했지만 진리의 세계만 평등한 것이 아니라, 고통도 어른과 아이에게 평등한 것일까. 싯다르타 왕자는 자신이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잔다. “나는 왜 태어나고 어머니는 왜 죽어야 했을까?” 일단 한번 고통의 근원에 다다르는 질문을 던져본 사람에게 그때 보이는 세상은 전과 같지 아니하리라. 늙은 소가 숨가쁘게 쟁기를 끄는 소리, 고통에 찬 말의 신음소리로 들끓는 곳이다. 벌레는 작은 새에게 먹히고 작은 새는 매에게 먹히는 풍경일 뿐이다.

책은 불경에서 신화적인 포장을 걷어내고 인간 부처의 평생을 따라간다. ‘모든 생명을 고통에서 건진다’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교의 대신 천민, 범죄자, 여자들의 손을 잡았던 행적을 그린다.

아이를 잃은 여자도, 똥지게를 지는 사람도,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여 그 손가락을 목에 걸고 다니는 살인범도 단박에 깨닫고 부처의 형상을 드러내지만, 신통력 때문이 아니라 그를 씻어주고 깨우치는 말과 손길 덕분이다.

생명은 변화한다는 깨달음을 통해서 아이들의 눈을 밝히고 싶어서 이 책을 읽힐 수도 있을 것이고, 수행하듯 좋은 그릇을 만들도록 격려하고 읽힐 수도 있겠다. 길은 여럿이다. 책에선 개인적인 명상과 깨달음을 앞세우기보단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의 좋은 친구가 되고 돌보았던 붓다를 중심에 세운다. 싯다르타가 어린 시절부터 자신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고통에서 건지는 길을 찾겠다는 크고 넓은 꿈을 가졌기 때문이란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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