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에 이르는 길 1·2〉
〈실체에 이르는 길 1·2〉
로저 펜로즈 지음·박병철 옮김/승산·각 권 3만5000원 자, 또 우주론에 관한 책이다. 우주의 법칙을 들려주는 책들은 입자물리학에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까지 끼어들어 늘 어렵게 마련인데, 이번 책은 정말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책이다. 무려 1700쪽이 넘는 두권짜리 책에는 난해한 수식·그림들과 함께 수학 개념과 물리이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일반 독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일부러 치장한 문체의 멋내기도 없다. 그런데도 난해하고 무뚝뚝한 이 책이 현대 우주론에 대한 비평서로서 높게 평가를 받는 일은 참 별난 일이다. 영국 수리물리학자 로저 펜로즈(79·옥스퍼드대학 석좌교수)가 만년의 나이에 8년 동안 썼다는 <실체에 이르는 길>은 현대 우주론의 수학 기초부터 최신 이론까지 정리한 우주론 교과서이면서도 최신 이론의 흐름에 대한 지은이만의 시각을 또렷하게 담아낸 현대 우주론 비평서이다. 기하학과 수론부터 시작하는 책은 함수, 시공간 해석, 그리고 표준 우주론 모형에 이어 여러 경쟁적인 우주론 가설까지 전문가 수준의 언어로 다뤘다. 그러니 이 책은 사랑방의 낯선 손님 입맛에 맞춰 잘 차려낸 밥상이 아니라 안방에서 ‘절친’과 함께 먹던 입맛대로 차려낸 밥상과 같다. 독자는 ‘우주론의 안방’까지 들어갈 수 있다. 왜 이런 글쓰기를 택했을까? “독자 수가 크게 줄 것을 알면서도 수학공식을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운” 이유에 대해 그는 “현대 물리학의 핵심개념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라고 답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주론 기초에 만족하지 않고 그 심연을 보려는 독자한테는 흔찮은 안성맞춤의 책이다. 하지만 난해한 만큼 읽기의 보상도 있다. 무엇보다 현대 우주론과 관련된 모든 인물과 이론을 전문가 수준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우주론이 관측 활동과 더불어 저 멀리는 기하학과 수론, 함수 이론부터, 가까이는 상대성이론과 양자해석에 이르는 지식체계임을 실감할 수 있다. 유클리드 기하학, 쌍곡기하학, 타원기하학 중 어디에서 출발하느냐, 또는 양자과정(연속과 불연속)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우주론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관점도 독특하다. 지은이는 자신이 지지하는 학설을 옹호하며 현대 우주론의 약점을 비평한다(물론 “공정성”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펜로즈는 상대성이론엔 든든한 믿음을 보내는 반면에 짧은 역사의 양자역학에 대해선 ‘아직 완벽하지 않은 이론’이라며 회의적 시선을 보낸다. 열역학 법칙으로 우주대폭발(빅뱅) 이론을 되짚는 부분은 흥미롭다. 또 우주론이 ‘수학적 아름다움’에 치우쳐 실제 물리세계에서 멀어지지 않는지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끈이론 같은 ‘과학의 유행’만을 좇지 말고 ‘더 진보된 이론’에 관심을 기울이자는 따끔한 주장도 한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통일’은 이 책에서도 최대 관심사다. 다만 펜로즈는 표준 이론에 매달리지 않고, 오히려 표준 이론의 약점을 들추며 더 근본적인 이론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것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끝내 찾고자 하는 ‘실체에 이르는 길’이다.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따라 읽기 어렵다면 마지막 장부터 보는 게 좋다. 주요 대목마다 참조할 장과 절이 세세히 표시돼, 안내를 따라 건너뛰며 읽다 보면 우주론 연구의 큰 그림과 책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최선의 독서법은 아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로저 펜로즈 지음·박병철 옮김/승산·각 권 3만5000원 자, 또 우주론에 관한 책이다. 우주의 법칙을 들려주는 책들은 입자물리학에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까지 끼어들어 늘 어렵게 마련인데, 이번 책은 정말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책이다. 무려 1700쪽이 넘는 두권짜리 책에는 난해한 수식·그림들과 함께 수학 개념과 물리이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일반 독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일부러 치장한 문체의 멋내기도 없다. 그런데도 난해하고 무뚝뚝한 이 책이 현대 우주론에 대한 비평서로서 높게 평가를 받는 일은 참 별난 일이다. 영국 수리물리학자 로저 펜로즈(79·옥스퍼드대학 석좌교수)가 만년의 나이에 8년 동안 썼다는 <실체에 이르는 길>은 현대 우주론의 수학 기초부터 최신 이론까지 정리한 우주론 교과서이면서도 최신 이론의 흐름에 대한 지은이만의 시각을 또렷하게 담아낸 현대 우주론 비평서이다. 기하학과 수론부터 시작하는 책은 함수, 시공간 해석, 그리고 표준 우주론 모형에 이어 여러 경쟁적인 우주론 가설까지 전문가 수준의 언어로 다뤘다. 그러니 이 책은 사랑방의 낯선 손님 입맛에 맞춰 잘 차려낸 밥상이 아니라 안방에서 ‘절친’과 함께 먹던 입맛대로 차려낸 밥상과 같다. 독자는 ‘우주론의 안방’까지 들어갈 수 있다. 왜 이런 글쓰기를 택했을까? “독자 수가 크게 줄 것을 알면서도 수학공식을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운” 이유에 대해 그는 “현대 물리학의 핵심개념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라고 답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주론 기초에 만족하지 않고 그 심연을 보려는 독자한테는 흔찮은 안성맞춤의 책이다. 하지만 난해한 만큼 읽기의 보상도 있다. 무엇보다 현대 우주론과 관련된 모든 인물과 이론을 전문가 수준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우주론이 관측 활동과 더불어 저 멀리는 기하학과 수론, 함수 이론부터, 가까이는 상대성이론과 양자해석에 이르는 지식체계임을 실감할 수 있다. 유클리드 기하학, 쌍곡기하학, 타원기하학 중 어디에서 출발하느냐, 또는 양자과정(연속과 불연속)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우주론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관점도 독특하다. 지은이는 자신이 지지하는 학설을 옹호하며 현대 우주론의 약점을 비평한다(물론 “공정성”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펜로즈는 상대성이론엔 든든한 믿음을 보내는 반면에 짧은 역사의 양자역학에 대해선 ‘아직 완벽하지 않은 이론’이라며 회의적 시선을 보낸다. 열역학 법칙으로 우주대폭발(빅뱅) 이론을 되짚는 부분은 흥미롭다. 또 우주론이 ‘수학적 아름다움’에 치우쳐 실제 물리세계에서 멀어지지 않는지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끈이론 같은 ‘과학의 유행’만을 좇지 말고 ‘더 진보된 이론’에 관심을 기울이자는 따끔한 주장도 한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통일’은 이 책에서도 최대 관심사다. 다만 펜로즈는 표준 이론에 매달리지 않고, 오히려 표준 이론의 약점을 들추며 더 근본적인 이론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것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끝내 찾고자 하는 ‘실체에 이르는 길’이다.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따라 읽기 어렵다면 마지막 장부터 보는 게 좋다. 주요 대목마다 참조할 장과 절이 세세히 표시돼, 안내를 따라 건너뛰며 읽다 보면 우주론 연구의 큰 그림과 책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최선의 독서법은 아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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