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인왕제색도’ ‘인왕산 일기’ 펴낸 이갑수 궁리출판사 대표
격일로 두 권 위한 글 쓰고 사진 찍어
촬영장소 알고보니 ‘정선 집터’라 놀라
책 집필은 처음 “다음엔 식물 이야기”
격일로 두 권 위한 글 쓰고 사진 찍어
촬영장소 알고보니 ‘정선 집터’라 놀라
책 집필은 처음 “다음엔 식물 이야기”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260여년이 지난 오늘 겸재가 그림을 그렸던 바로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인왕산의 모습은 어떨까? <빛으로 그리는 신 인왕제색도>(궁리)에는 겸재의 그림과 함께 같은 지점에서 찍었음직한 1933년의 인왕산 사진과 오늘날의 풍경들이 가득 실려 있다.
중견 출판사 궁리의 이갑수(51·사진) 대표는 지난해 7월 홈페이지(kungree.com)를 개편하면서 뭔가 새로운 걸 좀 보여주고 싶었다. “10년째 함께 일하고 있는 도진호 영업마케팅 부장이 사진학과를 나온 작가여서 함께 통인동의 사무실에서 3분 거리, 인왕산이 잘 보이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 하루 걸러 찍었다. 그런 며칠 뒤, 겸재 연구자인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실장의 <겸재의 한양 진경>을 펼쳤다가 바로 그 옥상이 겸재의 집 터라는 사실을 알았다.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겸재가 바로 그 자리에서 인왕산을 바라봤다니, 이 무슨 기연이요, 조화란 말인가!
<빛으로 그린 신 인왕제색도>는 흔한 사진집이 아니다. 도씨가 그 옥상에서 지난해 9월부터 꼬박 1년간 하루 걸러 찍은 인왕산의 사계, 어느날은 맑고 어느날은 안개 자욱하고, 또 흰눈에 덮이기도 하고 황사가 휘감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꼭같은 앵글의 다채로운 인왕의 모습이 수십장 펼쳐진다. 그리고 사진 한장마다 이씨의 에세이가 곁들여져 있다.
동시 출간한 책이 한 권 더 있다. <인왕산 일기>. 이건 주로 인왕산에 올라 남산 중심의 서울시내 풍경을 바라보며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1월까지 격일로 찍은 사진들과 에세이들을 담았는데, 글·사진 모두 이 대표 작품이다. <신 인왕제색도>는 월·수·금, <인왕산 일기>는 화·목·토마다 찍고 썼으니까, 이 대표는 거의 매일 인왕산을 화두로 수필 한 편씩을 써낸 셈이다.
“이런 글이라도 쓰니 좋은 게 하나 생겼다. 눈 앞을 좀 정확하게 보려는 눈이 생긴 것이다. 간판도 건성으로 보지 않게 되고 궁금한 것은 달려가서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호기심을 간직하고 있는 골목도 자주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 자신은 ‘이런 글이라도’라고 했지만 읽어 보면 허투루 쓴 게 없다. 온갖 인연과 자연과 세상살이에 대한 상념과 풍정을 담은 길고 짧은 글들 하나하나가 깊은 사색으로 꽉 찬 글들이다. 수많은 책을 만들어왔지만 자신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어머니(85)가 드라마 보는 것도 마다하고 밤 늦도록 꼼꼼히 열독하시는 걸 보고 기분이 좋았다.”
그의 다음 계획은 인왕산의 식물을 공부해가며 사진도 찍고 글도 써볼 작정이다. “일기를 뒤져봤더니 2005년에 166회, 2006년엔 76회 인왕산에 올랐더라. 그뒤 다리를 다쳐 좀 뜸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다니고 있는데 주로 혼자 점심시간을 이용한다. 가끔 도시락도 먹고 오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생각할 여유도 갖고 건강에도 좋고.”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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