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희 출판인회의 회장
온·오프 서점과 ‘유통건전화 협약’ 맺은 한철희 출판인회의 회장
공급자-유통자 이례적 만남
“실질적 규제 등 법 개정 추진
문제 해결할 작은출발 될것”
공급자-유통자 이례적 만남
“실질적 규제 등 법 개정 추진
문제 해결할 작은출발 될것”
한국 주요 단행본 출판사 426개사가 참여하는 한국출판인회의와 교보·서울·영풍문고·대교리브로·알라딘·예스24·인터파크·11번가 등 주요 온·오프 서점 대표들이 지난 12일 ‘출판유통 건전화를 위한 사회협약’을 맺었다. 전례 없는 일이다.
왜? “건강한 도서유통 질서를 흐리는 과다할인 및 부당 염매행위 등 서점 간 과당경쟁 양상이 그 범위와 정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고, 출판사와 서점 모두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이 출혈경쟁이 “무엇보다 책이라는 상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사회적 인식을 만연시킬 위험이 커서”라고 출판인회의 쪽은 밝혔다.
14일 한철희(54·사진) 출판인회의 회장(돌베개 대표)을 만나 같은 질문을 했더니, “그만큼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 위기의식이 형성됐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주요 서점들과 이 문제를 논의해왔고 “이제 구체적인 실천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출판진흥법상의 도서정가제 조항에는 발행한 지 18개월 이내의 ‘신간 도서’만 10%까지 할인할 수 있고, 또 경품 등의 형태로 판매가의 10%까지 추가할인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최대 19%까지 할인할 수 있다는 건데, 그나마 이런 제한은 신간 도서들에나 적용되는 것이고 발행한 지 18개월이 넘은 책들(구간 도서)은 아무 제한이 없다. 게다가 참고서와 실용서들도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유통중인 도서는 30여만종인데, 할인제한 대상이 되는 책은 6만여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정가의 50%, 심지어 70%까지 할인하는 책들도 나온다. 이런 무한 출혈경쟁을 하다가는 서점도 출판사도 모두 황폐화하는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
그는 도서정가제 관련 법률 자체의 개정을 위한 작업도 벌여나갈 생각이다. “이제까지 무제한이었던 구간 도서들 할인도 예컨대 30% 상한선을 두는 등 최소한의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 그는 대형 자본이 책 판매 무대를 제공해주고 수수료만 받는 ‘오픈 마켓’, 불법은 아니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홈쇼핑 판매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재기 단속을 위해 설치했던 불법출판물신고센터 같은 기능을 통합한 출판·서점계 협의기구를 두고 산하 실행조직으로 ‘클린북센터’를 설치해 이제까지의 감시·단속 위주 네거티브 전략에서 건전 기풍을 진작하는 포지티브 전략으로 갈 생각이다.
“작은 출발이지만 이런 일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아가면 법률만으론 대처할 수 없는 부분을 자율적으로 풀어가는 좋은 틀이 만들어지겠죠.”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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