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
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
‘어김’없었다. 그가 한 곳에 한 달 이상 머물 땐 반드시 한 권의 책이 나왔다. 열정과 성실함에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시민운동가 박원순의 눈이 이번에 향한 곳은 영국이다. 늘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숨쉬는 공기처럼 흘러다닌다고 여기는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가공하는 데 결코 게으른 법이 없다.
<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는 영국의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단체와 협회, 재단, 기업을 방문해 내놓은 ‘영국 시민사회 견문록’ 이다. 새로운 상상력으로 세상을 요리하는 영국 사회의 사회적 요리사들을 만나, 우리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레시피’로 꾸몄다. 지은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영국의 사회적 기업을 조직하고 지원하는 중간기관들이다. 사회적 기업들이 지닌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에 돈을 대고, 경영·기술·마케팅 같은 전문적 노하우를 전달해 사회적 기업과 시민단체가 싹을 틔우게 하는 인큐베이터인 셈이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의 역할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단체들이 공공서비스를 발굴하고 직접 담당하며 정부는 이와 관련한 예산과 정책을 마련해 주는 식이다. 노숙인 자립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트리니티’, 동네에 생긴 문제를 신고·수리하는 ‘픽스 마이 스트리트’ 같은 사례가 그것이다. 지은이는 큰 저수지에 큰 물고기 몇 마리만 노니는 한국과 달리, 영국은 수많은 수초와 새우 등이 다양한 유기적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책이 한국 시민사회를 풍요롭게 할 또다른 실험의 자양분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박원순 지음/이매진·1만4000원.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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