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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뒤 문명충돌 대신 문명협력”

등록 2011-04-21 19:31수정 2011-04-21 22:29

하랄트 뮐러
하랄트 뮐러
‘문명의 공존’ 저자 하랄트 뮐러 소장 인터뷰
최근 리비아 사태에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었던 명분은 2005년 유엔 세계정상회의가 통과시켰던 ‘국민보호책임’(R2P) 원칙이다. ‘선별적 개입’, ‘주권 침해’ 등의 강한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하지만, 국민보호책임 자체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보편적 원칙을 마련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독일의 평화·안보학자 하랄트 뮐러 ‘헤센 평화 및 갈등연구소’ 소장은 “국민보호책임 원칙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의는 세계가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명의 공존’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초청으로 18일 방한한 뮐러는 1996년 나온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정면 반박하며, 복잡한 국제관계가 갈등과 분쟁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주장을 담은 <문명의 공존>을 써내 주목을 받았다.

뮐러는 “오사마 빈라덴과 그가 쳐놓은 덫에 기꺼이 뛰어든 현명하지 못한 대통령(아들 조지 부시) 때문에 나의 주장은 그동안 시험대에 올라 있었지만, 결국 무사히 시험대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는 9·11 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국민보호책임 원칙 정립 등을 들었다. 문명충돌론을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보였던 9·11 테러는 사실상 전세계가 문명과 관계없이 테러행위를 막으려고 함께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또 그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질서 확립을 위한 방편이라 할 수 있는 국민보호책임에 모든 문명과 국가들이 반대하지 않아, 문명의 공존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북한에 ‘생존의 위협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을 줘야 한반도의 긴장 완화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언젠가 무너질 것’이라는 셈법에 따른 ‘전략적 인내’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그는 “6자회담은 북한이 협조적으로 나올 때에는 대화를 통해 내부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북한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때에도 나머지 5개 국가들이 그로 인한 위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된다”며 6자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핵문제 전문가이기도 한 뮐러는 “핵 보유국이 늘어날수록 핵전쟁의 가능성은 커지기 마련”이라며 파국을 피하기 위해 핵무기 사용을 자제할 것이라는 ‘테러의 균형’ 이론을 비판했다. 상업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모든 핵 사용을 철폐하는 것이 공존을 위한 원칙이라는 것이다. 다만 에너지원으로서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국가들이 있으므로 “모든 핵 시설은 국제기구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대해서도 “한국이 북한의 원전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제안하고 (원전에 대해) 함께 국제기구의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북한의 핵개발을 계기로 한 ‘동북아 핵 도미노’ 우려에 대해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중국이 공격적 외교를 펼치는 경우만 아니라면, 아시아 전역에 핵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가 있다”며 낙관론을 폈다. 이날 저녁에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초청강연에서도 그는 “미국 패권이 약화되고 있지만 동아시아에서는 미군의 지속적 주둔과 중국의 협조적 전략이 맞물려 안정적인 정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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