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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클래식과 풍광의 음악축제가 불러 12년간 여름엔 무조건 짐쌌습니다”

등록 2005-07-07 18:17수정 2005-07-13 02:02

‘유럽음악축제…’ 쓴 정신과 의사 박종호씨

책을 짓겠다며 잘 나가는 본업을 잠시 접어둔 사람들이 드물게 있다. 그것이 이야기든 주장이든 책은 글 쓰려는 이의 생각과 손 끝에서 자기 삶을 고스란히 토해내어 담을 수 있는 오래된 좋은 도구이기 때문일 터이다. 정신과의사 박종호(45)씨는 그런 집필족 가운데 한 명이다.

“두 해 전부터 진료활동은 중단한 상태입니다. 다들 왜냐고들 묻지요. 그저 책을 몇 권 쓰고나서야 내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지난해 한 권(<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을 냈고, 이번엔 12년 동안 돌아본 유럽의 음악축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냈습니다. 아직도 남은 책 한 권을 끝내고 나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겠죠.”

이번에 낸 책은 <유럽음악축제 순례기>(한길아트 펴냄)다. 주로 여름마다 유럽 각지에서 벌어지는 음악축제 가운데 오스트리아·독일·스위스·체코·프랑스·이탈리아 등 6개국의 18개 음악축제에 관한 스케치와 여행·관람 정보들을 담았다.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리는 몽펠리에 페스티벌,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라벤나 페스티벌, 베로나 페스티벌 등이 배낭만 싸면 바로 가볼 수 있을 듯한 축제들처럼 다가온다. 거기엔 블록버스터 급 종합예술 축제(잘츠부르크)도 있고, 정규 공연 시즌 때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들만을 모아 무대에 올리는 총정리형 축제(뮌헨), 한 작곡가 작품들이나 한 장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축제(바이로이트), 노천 오페라 무대의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축제(베로나) 등 다양한 색깔과 맛이 있다. 대부분 축제는 명승의 자연경관을 지닌 지역에서 열려 눈의 즐거움도 더해 준다고 한다.

그가 낸 두 권의 책만으로 그가 대단한 서구 클래식 음악의 마니아이자 전문가임을 짐작하겠다. 그는 ‘오페라 해설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정신과의사 직업과 클래식 또는 오페라와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본래 젊은 때부터 공연예술을, 특히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바쁜 의사가 되다 보니까 여유 있게 여러 장르의 공연을 맛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음악과 연극, 역사와 문학이 다 담긴 오페라를 찾게 되었죠. 한꺼번에 여러 문화 체험을 할 수 있어요.” 그는 “오페라 등장인물들의 정신분석도 정신과의사인 내게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다”라고 말한다.

유럽 음악축제는 그에게 클래식·오페라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 기회였다. 여름마다 짐을 싸고 유럽 음악축제를 찾아다닌다. 유럽에서 웬만한 음악축제는 다 다녀보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구하기 힘든 축제 공연의 관람 티켓을 구하는 비결도 점점 쌓여간다.


“예약하기가 쉽잖습니다.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티켓은 먼저 독일어로 관람 신청서를 써보낸 뒤 심사를 통과한 뒤에야 겨우 살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렇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다른 방도가 없는 건 아니었죠.” 그가 들려주는 비법은 이렇다. “무작정 축제 극장 앞에서 몇 시간 전부터 ‘티켓을 구합니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서 있는 겁니다. 암표상을 찾아나서는 것도 방법이고 시내 호텔을 누비며 개인 사정 때문에 포기한 투숙객들의 표를 사냥하는 것도 방법이죠. 정 안되면 정장을 차려입고 다시 극장 앞에서 팻말 들고 무작정 기다립니다.” 그는 “열정이 클수록 표 구할 확률도 커진다”며 “공연 1초 전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현재 무려 3천쪽 분량이 될 책을 준비하고 있다. 분량만 봐도 ‘야심작’임을 알겠다. 그는 “세계에서 현재 공연되는 오페라 3천여 작품 가운데 주요작만 추리면 대략 100~150작품 정도”라며 “150작품의 종합 해설서를 지금까지 없었던 시각으로 완성하고 싶은 게 필생의 꿈”이라고 의지를 밝힌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이정용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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