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하응백(50)씨
민요·단가 등 사설 모아 ‘창악집성’ 펴낸 문화평론가 하응백씨
판소리 뺀 대부분 국악 ‘가사’
5년 걸쳐 뜻풀이 공감대 넓혀
“음원결합된 전자책 발간 바라”
판소리 뺀 대부분 국악 ‘가사’
5년 걸쳐 뜻풀이 공감대 넓혀
“음원결합된 전자책 발간 바라”
“조선시대에는 소리의 공급자와 수용자의 상호 소통이 활발해 서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죠.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더구나 20세기 이후 우리 말이 큰 변화를 겪다 보니 18세기에 통용되던 가사를 21세기의 한국인이 듣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창악집성> 같은 책이 필요하게 된 배경입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50·사진)씨가 우리 소리의 사설을 정리하고 상세한 풀이를 단 <창악집성>을 펴냈다. 색인을 포함해 1116쪽에 이르는 이 방대한 책에는 판소리를 제외하고 현재 국악 전문인들이 부르는 거의 모든 ‘소리’의 사설이 망라되었다. 한마디로 ‘소리’라고는 해도 거기에는 가곡, 가사, 시조창, 경·서도민요, 남도민요, 동부민요, 좌창, 잡가, 단가, 가야금병창, 송서, 불가, 재담소리 등 다양한 갈래가 있다.
편저자인 하씨는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몇 권의 평론집을 낸 문학평론가이자 이번 책을 낸 출판사 ‘휴먼앤북스’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가 손수 이런 책을 낸 까닭은 무엇일까.
“원래 시는 노래였고, 노래가 시였습니다. 우리 국악의 가사를 살펴봐도 그 점은 확인됩니다. 가령, ‘약사몽혼’이라는 한자 어구로 시작하는 서도민요 <수심가> 한 자락은 조선 중기 시인 이옥봉의 절창인 칠언절구 ‘몽혼’의 3, 4구예요. 서도시창 <관산융마>의 사설은 조선 후기 영조 때의 시인 석북 신광수의 시 ‘등악양루탄관산융마’이고요. 30년 가까이 문학 텍스트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을 해 온 저 같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만한 분야인 것이죠.”
그가 이번 책을 내면서 주로 참조한 <창악대강>(박헌봉)과 <가창대계> <가요집성>(이상 이창배) 같은 기왕의 소리 가사집은 주로 전문 소리꾼을 위한 공급자 중심의 가사집이었다. 그러다 보니 노래하는 이들도 정작 가사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했다. 듣는 이는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가령, 가야금병창 <청석령 지나갈제>의 가사 중 ‘앞내물 백조 한 배로’라는 구절이 있는데,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청구영언>에 실린 사설시조 중 ‘앞 내예 물 지거든 백주(白酒) 황계(黃鷄)로’라는 대목을 보면 수수께끼가 뜻밖에도 쉽게 풀리죠. 소리꾼들이 ‘백조 한 배로’라 부르는 사설은 원래 ‘막걸리와 누런 닭으로’라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고문헌과 민속자료 등을 뒤져 혼란스럽거나 와전되어 있는 사설을 바로잡았다. 처음 책을 기획해서 내기까지 5년이나 걸린 까닭이다. 그렇게 노력했어도 끝내 확인하지 못한 대여섯 부분은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다’고 밝혀 놓았다. 독자의 ‘제보’를 기다리는 것이다.
“국악 교육 과정에 ‘가사·사설의 이해’ 같은 과목도 하나쯤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한 그는 문화체육관광부나 문화재청 같은 기관에서 이 책을 음원 자료들과 결합된 전자책으로 발간해주길 바라고 있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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