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이철우 옮김/아카넷·2만원(왼쪽), <여덟 마리 새끼 돼지>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김명남 옮김/현암사·2만8000원(오른쪽)
[토요판]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
<여덟 마리 새끼 돼지>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
<여덟 마리 새끼 돼지>
“에펠탑의 높이가 지구 생성 이후의 시간 길이를 가리킨다면, 인간 출현의 역사는 에펠탑 꼭대기에 칠한 페인트 두께에 불과하다.” 46억년 지구 역사에 견줘 인간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를 강조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비유다. ‘심원한’ 거대 규모의 시간이야 이제 낯익지만 그런 인식이 생겨나던 18, 19세기 지질학의 역사 과정에선 가히 논쟁적이고 혁명적인 개념이었다. 무한한 우주를 발견한 공간 혁명에 비견되는 시간 혁명이었다.
걸출한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가 세상을 뜬 지 10년이 지난 올해 우리말로 나온 그의 책 2권은 심원한 시간과 장구한 진화의 눈으로 역사, 자연, 사회를 바라보는 과학자의 깊디깊은 성찰의 이야기다. 지질학의 역사를 교정하는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 그리고 글 31편을 묶은 <여덟 마리 새끼 돼지>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국에 ‘시간과 역사란 무엇이냐’라는 하나의 물음에 묶일 만한 책이다.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굴드
화살·순환이란 두 지렛대로
인간중심 벗어나 역사 성찰 <시간의 화살…>은 지질학 역사의 흔한 오해와 신화를 바로잡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지닌 책이다. 지질학사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세 사람이 이 책의 탐구 대상이다. 성경에 뿌리를 둔 지구이론을 펼쳐 과학 발전을 가로막은 인물로 비난받는 17세기 토머스 버넷, 심원한 시간을 발견해 지질학의 아버지로 칭송되는 18세기 제임스 허튼, 그리고 현대 지질학의 기초를 세운 영웅으로 추앙되는 19세기 찰스 라이엘이 그들이다.
굴드는 ‘창조론 대 진화론’의 대립으로 지질학 역사를 기록하는 교과서적 통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화살처럼 날아가 돌아오지 않는 시간(시간의 화살)과 순환하는 자연 패턴을 만들어내는 시간(시간의 순환)이라는 두 가지 뿌리깊은 관념(은유)의 대립과 상호작용이야말로 근대 지질학의 전개에서 종교와 과학의 대립보다 더 실질적 기여를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의 해석을 보면, 오히려 버넷은 성경에 의존했으나 자연에도 역사(시간의 화살)가 있음을 받아들였으며, 허튼이야말로 세계는 순환 기계와 같다(시간의 순환)고 본 완고한 인물로 드러난다. 라이엘은 다윈의 진화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또 다른 책 <여덟 마리…>는 인간, 생명, 진화, 우연, 진보 같은 다양한 주제와 에피소드를 다루는데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경로, 즉 개인 경험에서 길어 올린 특이한 일화를 통과하여 샛길들의 숲으로 들어간 뒤 서서히 본론의 윤곽을 묘사하는” 독특한 글쓰기는 재미를 더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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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순환이란 두 지렛대로
인간중심 벗어나 역사 성찰 <시간의 화살…>은 지질학 역사의 흔한 오해와 신화를 바로잡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지닌 책이다. 지질학사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세 사람이 이 책의 탐구 대상이다. 성경에 뿌리를 둔 지구이론을 펼쳐 과학 발전을 가로막은 인물로 비난받는 17세기 토머스 버넷, 심원한 시간을 발견해 지질학의 아버지로 칭송되는 18세기 제임스 허튼, 그리고 현대 지질학의 기초를 세운 영웅으로 추앙되는 19세기 찰스 라이엘이 그들이다.
중생대 쥐라기 파충류인 익티오사우루스를 소재로 삼은 19세기 풍자 그림. 익티오사우루스 교수가 학생 무리에 둘러싸인 채 기묘한 화석, 즉 인간의 두개골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우리 앞에 있는 두개골이 하등동물에 속하며 그 이빨과 턱은 아주 보잘것없습니다. 이 생물이 어떻게 음식물을 구했는지 불가사의합니다.” 굴드는 이 그림이 당대의 지질학자 라이엘을 ‘허망한 이론가’로 풍자한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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