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창간부터 10년 편집인 이병천
‘시민…’ 창간부터 10년 편집인 이병천
기존 진보 철저하게 반성 뒤
대안으로 ‘시민적 진보’ 제시
“‘시민’ 개념은 노동자 새 무기”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가 펴내고 있는 <시민과 세계>는 <창작과 비평>, <문화과학> 등과 함께 국내 진보학계 담론을 꾸준히 생산해온 학술잡지다. 다른 두 잡지에 견줘 역사가 짧고 반년간지여서 영향력이 크진 않지만, ‘시민학’, ‘시민적 진보’ 같은 독자적인 관점으로 사회 현실에 날선 비평을 해왔다는 점에서 미래가 주목되는 잡지로 꼽힌다. 2002년 처음 나온 <시민과 세계>가 올해 창간 10돌을 맞았다. 기념호인 21호가 곧 발간되며, 26일엔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창간 10돌 기념 포럼(02-764-9581)도 열린다. 지난 22일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창간 주역으로, 지금까지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와 함께 공동편집인을 맡아온 이병천(사진)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났다. “낡은 진보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계기가 됐습니다. ‘작은 진보·겸손한 진보·불완전한 진보’를 지향하려 한 것이죠. 포스트마르크스주의의 기념비적 저작인 라클라우·무페의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애초 중시했던 목표는 기존의 ‘낡은 진보’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가 보기에 낡은 진보는 계급적 위치에만 기반해 ‘우리가 보편성을 담지한다’는 생각으로 완전한 유토피아 건설만을 목표로 삼았다. “모든 주체가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광장’으로 나아가 다른 불완전한 주체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보편성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부실경선을 둘러싸고 빚어진 통합진보당 사태는 낡은 진보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준 사례지요.” 이 교수는 자신의 ‘시민적 진보’ 개념이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아렌트는 모든 불완전한 주체들이 상호주관적 관계를 나누는 다원주의적인 ‘공적 영역’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아렌트의 담론을 새로운 진보의 기틀로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고, 여기에 필요한 주체로서 주목한 것이 스스로 성찰하고 다른 주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민’이었다. “유토피아 같은 이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주체가 속한 역사와 사회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늘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개념을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시민 개념에 대한 세간의 오해에 그는 답답함도 털어놨다. 노동자·민중·민족 같은 다른 주체 개념과 대립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시민은 고정된 주체가 아닌, ‘추구되어야 할 목표적 지향점’”이라는 것이다. “시민 이름표를 통해 노동자·농민·서민에게 새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란 견해다. “현실 시민운동은 권력에 대한 감시·견제 같은 좁은 영역에만 집중해왔어요. 시민적 진보 개념을 발전시켜 시민운동의 실질적 토양으로 정착시켜야 합니다.” 현재 <시민과 세계>의 판매부수는 500부 안팎이다. 반년간지인데다, 다른 잡지와 달리 사회과학 분야에만 집중해온 탓에 독자층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교수는 “지난해부터 장은주 영산대 법학과 교수가 편집주간을 맡아 기틀을 새로 다지고 있다”며 “앞으로 10년을 더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안으로 ‘시민적 진보’ 제시
“‘시민’ 개념은 노동자 새 무기”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가 펴내고 있는 <시민과 세계>는 <창작과 비평>, <문화과학> 등과 함께 국내 진보학계 담론을 꾸준히 생산해온 학술잡지다. 다른 두 잡지에 견줘 역사가 짧고 반년간지여서 영향력이 크진 않지만, ‘시민학’, ‘시민적 진보’ 같은 독자적인 관점으로 사회 현실에 날선 비평을 해왔다는 점에서 미래가 주목되는 잡지로 꼽힌다. 2002년 처음 나온 <시민과 세계>가 올해 창간 10돌을 맞았다. 기념호인 21호가 곧 발간되며, 26일엔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창간 10돌 기념 포럼(02-764-9581)도 열린다. 지난 22일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창간 주역으로, 지금까지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와 함께 공동편집인을 맡아온 이병천(사진)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났다. “낡은 진보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계기가 됐습니다. ‘작은 진보·겸손한 진보·불완전한 진보’를 지향하려 한 것이죠. 포스트마르크스주의의 기념비적 저작인 라클라우·무페의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애초 중시했던 목표는 기존의 ‘낡은 진보’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가 보기에 낡은 진보는 계급적 위치에만 기반해 ‘우리가 보편성을 담지한다’는 생각으로 완전한 유토피아 건설만을 목표로 삼았다. “모든 주체가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광장’으로 나아가 다른 불완전한 주체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보편성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부실경선을 둘러싸고 빚어진 통합진보당 사태는 낡은 진보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준 사례지요.” 이 교수는 자신의 ‘시민적 진보’ 개념이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아렌트는 모든 불완전한 주체들이 상호주관적 관계를 나누는 다원주의적인 ‘공적 영역’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아렌트의 담론을 새로운 진보의 기틀로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고, 여기에 필요한 주체로서 주목한 것이 스스로 성찰하고 다른 주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민’이었다. “유토피아 같은 이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주체가 속한 역사와 사회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늘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개념을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시민 개념에 대한 세간의 오해에 그는 답답함도 털어놨다. 노동자·민중·민족 같은 다른 주체 개념과 대립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시민은 고정된 주체가 아닌, ‘추구되어야 할 목표적 지향점’”이라는 것이다. “시민 이름표를 통해 노동자·농민·서민에게 새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란 견해다. “현실 시민운동은 권력에 대한 감시·견제 같은 좁은 영역에만 집중해왔어요. 시민적 진보 개념을 발전시켜 시민운동의 실질적 토양으로 정착시켜야 합니다.” 현재 <시민과 세계>의 판매부수는 500부 안팎이다. 반년간지인데다, 다른 잡지와 달리 사회과학 분야에만 집중해온 탓에 독자층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교수는 “지난해부터 장은주 영산대 법학과 교수가 편집주간을 맡아 기틀을 새로 다지고 있다”며 “앞으로 10년을 더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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