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아이들 삼키는 ‘포식자’…부모의 두 얼굴

등록 2012-06-15 20:45

<대한민국 부모> 이승욱·신희경·김은산 지음/문학동네·1만4000원
<대한민국 부모> 이승욱·신희경·김은산 지음/문학동네·1만4000원
<대한민국 부모>
앞에서는 ‘엄마’로 불리고 뒤에서는 ‘미친년’이라 씹힌다. ‘아빠’는 친구들끼리는 ‘찌질이’로 통한다. 대한민국 부모들의 두 이름이다. 일부 삐딱한 문제학생들만의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예 부모를 떠나는 아이들도 있다. 고액과외 받으며 좋은 대학에 가고 모두 선망하는 직장에 들어간 딸은 어느날 문득 여름휴가를 간다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으니 당분간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다. 기어이 의사로 만들었더니 “당신의 아들로 산 것은 지옥이었습니다. 저를 다시는 찾지 마십시오”라는 문자메시지만 남기고 떠난 아들도 있단다.

<대한민국 부모>는 한국 사회의 희생자이자 아이들을 삼키는 포식자인 대한민국 부모의 두 얼굴을 그린 책이다. 이렇게 말하면 불공평할지도 모른다. 엄마는 직장도 포기하고 아이에게 매달렸다. 학원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육아책·교육책도 읽고 감정코칭도 배우며 ‘공부하는 엄마’가 되려고 한다. 아버지는 모욕을 참고 직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쓴다. 아이들과 대화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책은 “부모들은 정작 자신의 마음을 희생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마음을 희생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에 따르면 “아이의 마음을, 삶을, 욕망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란다.

지금 성적만 두고 아이를 닦달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그러나 어른이 되지 못한 부모들이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고 ‘아이를 위해’ 희생제를 치르는 일이 너무 많다. 정신분석가, 교육심리학자, 하자작업장학교 교사 출신 3명의 지은이가 쓴 이 책은 엄마의 집착에 무기력으로 대응하는 아이에게서 부모들의 결핍과 공허를 읽는다. 어머니는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실은 아이를 자기 속에 집어넣어 마음대로 요리하려는 포식자다. 아버지는 일 중독자 같지만 실은 어머니 뒤에 숨는 무능력자다. 망가진 대한민국 가족의 모습에 ‘아이는 부모의 증상’이라는 경구가 겹친다.

필요한 것은 누구네 공부비법이나 내 아이만을 위한 소통이 아닐지도 모른다. 책은 먼저 부부관계를 회복하고 밖으로는 연대의식을 가질 것 등을 당부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부모들의 각성을 위해 프랑스 68혁명의 슬로건이 동원된다. “비현실적이 되자. 그래야 가능해진다.”

남은주 <한겨레21>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1.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저 평등의 땅에’ 작곡 류형수씨 별세 2.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저 평등의 땅에’ 작곡 류형수씨 별세

조성진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5위…서울은 가장 뜨거운 음악도시 3.

조성진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5위…서울은 가장 뜨거운 음악도시

웹툰 플랫폼 ‘피너툰’ 서비스 일방 종료…작가들 “피해 보상” 4.

웹툰 플랫폼 ‘피너툰’ 서비스 일방 종료…작가들 “피해 보상”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에 백온유…수상자 7명 전원 여성 5.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에 백온유…수상자 7명 전원 여성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