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콘서트 3> 황광우 지음/웅진지식하우스·1만5000원
<철학 콘서트 3>
내 대표작 꼽으라면 바로 이 책
삶과 죽음·신과 영혼의 문제 천착
수십년 묵은 실존적 고민 완성작
내 대표작 꼽으라면 바로 이 책
삶과 죽음·신과 영혼의 문제 천착
수십년 묵은 실존적 고민 완성작
<철학 콘서트 3>으로 10년에 걸친 현자들과의 대화 3부작을 마무리한 황광우(54·사진)씨는 행복해 보였다.
“책을 써낼 때마다 뭔가 아쉽고 미진해 늘 씁쓸했는데, 이번 책을 끝내고 난 뒤의 느낌은 그야말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던 시인의 그 심정이었다. 공부도 가장 많이 했다.”
그러면서 주저 없이 <철학 콘서트 3>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철학 콘서트> 1, 2권이 현자들과 그들의 저술을 통해 ‘나’와 ‘세계’를 기획하고 이해하는 철학을 독자들에게 소개한 것이라면, 마지막 여정인 3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삶의 의미와 죽음의 문제, 신과 영혼에 대한 나 자신의 수십년 묵은 실존적 고민들을 두고 현자들과 씨름한 것이다.”
이제 50대 중반에 접어든 그의 나이만큼이나 그 사유의 깊이와 폭도 더해졌을 것이다. “1과 2가 하룻밤에 몽땅 감상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3은 모두 감상하는 데 열흘 밤의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까 싶다.”
황광우는 이제까지 10여권의 책을 썼고 번역·편역·공저까지 합하면 30권이 넘는다. 그중엔 수십만권씩 팔린 책들도 있다. 알고 보면 그는 대단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철학 콘서트 1>이 20만부, <철학 콘서트 2>는 5만부 이상 나갔다. “인세를 받으니까 이 판매부수는 정확한 수치”라고 했다.
1984년에 출간돼 20만권이 팔렸다는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와 역시 그만큼 팔렸다는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1985)도 그의 작품이다. 그 책들은 ‘정인’이란 필명을 달았다. “그때 책 쓰기는 어디까지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보조수단이었을 뿐이다. 조직운동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실명을 쓸 수 없었다.” 그는 그때 인천지역 노동현장에 있었다. 수다한 그의 필명들은 삶만큼이나 파란만장하다. 최윤희, 이종수, 황인평, 홍승기, 조민우, 편집부….
각 권마다 10명의 현자와 그들이 남긴 고전을 기본 텍스트로 삼고 있는 <철학 콘서트> 시리즈를 기획한 것도 그 파란만장했던 시절에 대한 반성과 회오에서 비롯됐다. “예수냐 마르크스냐”를 고민하다가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방편으로 마르크스 쪽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교조화된 스탈린주의 영향을 받게 됐다. “길게 보면 그때 쓴 그 책들(<들어라…> 등)은 사유의 발전에 장애가 됐다. 철학 한다는 건 금기를 깨뜨리고 사유를 더욱 풍요롭고 깊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끝없이 회의하고 의심해야 한다. 그런데 그 성공작들이 오히려 그걸 막아버린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고 책임감을 느꼈다. 그 한계를 돌파하고 싶었다.” 그는 결과에 대해 “만족한다”고 했다.
<철학 콘서트 3>엔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 키케로, <주역>, 공자, 장자, 칸트, 니체, 도스토옙스키, 싯다르타가 등장한다. “신은 죽었다”고 한 니체와 그를 계승해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를 정립한 사르트르에 관한 서술이 인상 깊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존재”요 “미래를 향해 스스로를 던지는 존재이며, 주체적으로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기투(企投)”라는 실존주의 제1원칙은 바로 황광우 자신의 신조처럼 비친다.
1975년 고2 때 유신체제 반대 교내시위에 나섰다가 제적당한 뒤 검정고시, 대학입학, 그리고 다시 제적, 수배, 구속, 복학, 늦깎이 졸업의 험난한 길을 걸어오면서도 “고전을 손에서 놓아 본 적 없다”는 그는 지금 다시 전남대 대학원에서 철학공부를 시작했다. “아마추어를 탈피해 프로로서”, ‘사익을 앞세우지 말자, 고통받는 이웃과 동고동락하자, 죽는 날까지 진리를 추구하자’고 했던 젊은 날의 서원을 실현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벌일 수 있게 된 지금이 그는 “무지무지 행복하다”고 했다. 앞으로의 도전목표는 헤겔과 마르크스, 니체를 넘어서는 것이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황광우(54)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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