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노동>
은수미 지음/도서출판 부키·1만3800원
<날아라 노동>
은수미 지음/도서출판 부키·1만3800원
은수미 지음/도서출판 부키·1만3800원
얼마 전 주부들이 자주 찾는 포털게시판에 서울시내 대형마트 강제 휴일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편리한 쇼핑을 할 권리와 대형마트의 횡포를 경계하는 수십개의 댓글 사이에 합의점은 없어 보였다. 그때 한 사용자의 댓글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어느 누구도 평생 소비자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마트 노동자가 될 수도, 상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왜 그 점을 잊고 살게 될까? <날아라 노동>에서는 노동자인 시민이 24시간제 할인마트를 좋아하면 그도 노동자로서 24시간 일해야 하며 30분 이내 피자 배달을 원하면 그 또한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위험하게 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경영 효율성 좋아하다가 내 일자리가 없어지고 경비실 노동자의 최저임금 감액 적용에 동의하면 나 또한 나이 들면 월 90만원 받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역지사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매장당해버린 우리 사회의 노동권 탓에 우리는 자신이 기본적으로 노동자면서 시민이고 가끔은 누리꾼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생각해보면 희망버스를 탄 이들은 시민이기에 앞서 노동자들이었다. 전직 노동운동가로 국회의원이 된 지은이는 은수미씨는 “노동권 없는 노동자들에게 민주주의는, 또 복지는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
책은 경영권만 득세하는 사회를 용인한 우리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 노동의 각박한 현실을 세밀하게 짚는다. 기업은 정규직 임금이 높아서 비정규직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한 연구에 따르면 “정규직의 생산성을 고려하면 비정규직보다 1퍼센트의 임금만 더 받는 셈”이라고 한다. 오른손으로는 정규직을 자르고 왼손으로는 비정규직을 신규채용해온 우리나라 10대 그룹이 숨겨온 진실인 셈이다. 남은주 <한겨레21>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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