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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족적이며 독립적인 소설사 목표로 삼았다”

등록 2013-01-13 20:14

조남현 서울대 국문과 교수
조남현 서울대 국문과 교수
조남현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소설가 154명의 해방전 작품 연구
1954년까지 발행 잡지 130종 분석
강노향·박노갑 등 작가 새롭게 주목
잡지는 사상 만드는 공간으로 이해
다음달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조남현(사진)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두 종의 두툼한 연구서를 한꺼번에 내놓았다. <한국현대소설사 1, 2>(문학과지성사)와 <한국문학잡지사상사>(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가 그것이다. 두 권짜리 <…소설사>는 1400쪽이 넘고 <…잡지사상사>는 1100쪽을 웃돈다.

“<한국현대소설사>는 본래 1994년 잡지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기왕의 문학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작가와 작품을 위주로 삼았는데, 하다 보니 그간 소외되었던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들이 눈에 띄었어요. 결국 1급 작가가 중심이 되는 ‘영웅사관’을 포기하고 이른바 2·3급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수작을 포함시키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10일 서울 시내 한 찻집에서 만난 조남현 교수는 “기존의 소설사가 비평사와 문학운동사의 그늘에 짓눌리는 면모를 보였다면, 내 책에서는 자족적이며 독립적인 소설사를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소설사>는 개화기에서 해방까지를 대상으로 삼아 작가 154명의 작품 4000편 정도를 다루었다. 조 교수는 구체적으로 강노향 김광주 박노갑 박승국 백신애 전무길 정비석 최인욱 등이 자신이 새롭게 주목한 작가들이라고 밝혔다.

<…잡지사상사>는 조선인 관비 유학생들이 1895년 10월호로 창간한 <친목회회보>에서부터 1949년 8월호로 창간되어 1954년 3월호까지 발행된 <문예>까지 모두 130종의 잡지를 망라했다. 문학을 위주로 한 순문예 잡지뿐만 아니라 많든 적든 문학을 반영한 ‘문학 관련지’도 포함시켰다. 조 교수는 창간호부터 종간호까지 모든 잡지를 통독하고 잡지의 발행 주체와 수록 내용, 나아가 잡지의 사상적 정체성 등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조 교수가 발행 순서에 따라 소개하는 잡지의 내용을 좇다 보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자주 만나게 된다. 가령 파인 김동환이 발행한 <삼천리> 제9권 1호(1937년 1월)에는 ‘서울에딴스홀을許(허)하라’는 글이 실려 있다. 대일본레코드회사문예부장 이서구, 끽다점 비너스 마담 복혜숙, 조선권번기생 오은희 외에 기생·여배우·여급 등이 함께 경무국장에게 보낸 글인데, 여러 해 전 같은 제목의 단행본으로 익숙해진 구절이어서 반가운 느낌을 준다. 그런가 하면 이상 박태원 이태준 김유정 김기림 등 문인 아홉 사람의 모임 ‘구인회’가 발행한 기관지 <시와 소설>(1936년 3월)의 내용 중에는 회원들의 좌우명을 소개한 꼭지가 들어 있다. “결국은 인텔리겐차라고 하는 것은 끊어진 한 부분이다. 전체에 대한 끊임없는 향수와 또한 그것과의 먼 거리 때문에 그의 마음은 하루도 진정할 줄 모르는 괴로운 종족이다”(김기림), “소설은 인간 사전이라 느껴졌다”(이태준)는 등의 고백이 눈에 뜨인다.

“잡지는 문학 작품을 수록하는 단순한 매체나 수단이 아니라, 같은 뜻을 지닌 여러 사람이 모여서 나름의 사상을 만들어 간 공간입니다. 문학 연구는 물론 작가와 작품이 중심이긴 하지만 사상사와 사회운동사, 정치사, 생활사, 풍속사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게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책의 제목을 ‘한국 문학·잡지·사상사’로 삼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문예> 19호(1953년 12월)에 관한 장에서는 원로 작가 최일남의 등단작인 단편 <쑥이야기>를 만날 수 있거니와, 그런 점에서 <…잡지사상사>는 잡지를 매개로 한 한국 문학의 연속성을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조 교수는 “정년퇴직에 맞추어서 책을 내려던 생각은 아니었는데 민망하게 되었다”며 “기왕 현대 소설사 작업에 뛰어들었으니, 어느 시점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방 뒤 소설사 작업을 퇴직 이후의 남은 과업으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글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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