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에런 프리시 글, 서애경 옮김
사계절·1만9000원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에런 프리시 글, 서애경 옮김
사계절·1만9000원
세상은 위험투성이다. 하지만 부모는 늘 아이와 함께할 수 없다. 어떻게 아이에게 위험을 인식시킬 것인가. 수백년 전 같은 고민을 했던 그림 형제는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이야기’를 펴내며 빨간 모자 이야기를 실었다. 빨간 모자는 늑대한테 잡아먹히지만 사냥꾼의 도움으로 되살아난다.
하지만 현실은 더욱 끔찍하다. 이탈리아의 그림책 작가 로베르토 인노첸티는 빨간 모자 이야기를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로 옮겨오며 사냥꾼도 믿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변두리 아파트에 사는 소피아는 할머니에게 먹을 것을 챙겨다 드리기 위해 혼자 길을 떠난다. 엄마는 ‘큰길로만 가라’고 당부했지만, 화려한 도시에 눈이 팔린 소피아는 길을 잃고 만다. 후미진 골목을 헤매던 소피아는 불량배 자칼을 만나지만 사냥꾼 아저씨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소피아는 다음날까지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소피아는 왜 위험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인노첸티는 “사실 사냥꾼과 자칼들은 한패”라고 말한다. 선의 가면을 쓰고 있어 알아채기 쉽지 않은, 더 위험한 존재다. 책은 어린이에 대한 성폭력이 처음 만나는 늑대에 의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실제 가해자의 절반 이상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이 책의 결말은 두 개다. 수상한 사냥꾼을 발견한 나무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고 소피아는 구출된다. 결국 마지막 희망은 누군가의 관심이다. 하지만 인노첸티가 말하듯 “그 많은 사람들은 모두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도, 실은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책을 접한 부모는 어떻게 아이에게 성폭력을 다룬 그림책을 읽어줄지 고민스러울 수 있다. 이에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책에 딸린 ‘깊이읽기’에 쓴 글을 통해 아이의 공감 수준에 따라 달리하라고 조언한다. 때론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때론 가볍게 “조심하자”고 일러주면 된다고 한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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