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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어린이 고객 착취하는 자본의 탐욕

등록 2013-05-19 20:06

기업에 포위된 아이들
조엘 바칸 지음, 이창신 옮김
알에이치코리아·1만4000원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사줘야 하나. 사줘도, 안 사줘도 찜찜한 노릇이다. 초등학생이 값비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 느끼면서도 아이의 안전을 위해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는 이동통신 업체의 홍보를 외면하기 어렵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법학과 교수인 조엘 바칸도 열세살, 열네살 두 자녀를 두고 이런 고민을 하면서 이 책 <기업에 포위된 아이들>을 쓰기 시작했다.

어린이를 고객으로 하는 산업은 가파르게 비대해지고 있다. 미국을 기준으로 1970년에는 50억달러였던 시장이 2010년에 1조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네트워크 산업이 발달하면서 미숙한 아이들의 감수성을 이용해 장사하는 수법은 갈수록 무자비해지고 있다. 미국의 사례지만 놀라울 정도로 한국 상황과 닿아 있다.

인기 어린이 인터넷 게임인 ‘단짝을 때려눕혀라’를 보자. 여자가 피 흘리며 죽은 남자의 얼굴에 대변을 보기도 하고, 남자가 여자에게 식칼이 튀어나와 여자의 머리를 난자하는 물건을 건네기도 한다.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면 게임 개발사부터 거대 게임 사이트까지 돈을 벌어들인다.

병원에서도 ‘애들 장사’가 판친다. 2006년 미국에서는 네살배기 여자아이 레베카 라일리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해 논란이 일었다. 아이는 1년 전 “잠을 설치고 지나치게 활동적”이란 이유로 조울증 진단을 받고 클로니딘 등 세 가지 약을 처방받았다. 30년 전만 해도 아이에게 정신장애 진단을 내려 약을 먹인다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1980년에 주의력 결핍 장애,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면서 아동 조울증 등 새로운 장애가 추가되면서 강력한 신약이 등장했다. 아동 조울증의 경우 제약회사와 관계가 깊은 조지프 비더먼 하버드대 소아정신과 의사가 1990년대 초에 ‘창시’한 것으로 이후 10년 만에 아동 조울증 진단은 40배로 늘었다.

학교도 안전하지 않다. 시장이 된 학교는 교육을 잊었다. 미국이 ‘최고를 향한 질주’를 표방하며 도입한 일제고사는 시험을 관리하는 업체들의 이윤 추구에 따라 가장 형편없는 방식으로 교육을 몰아가고 있다. 돈과 노력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기계식 채점은 아이들을 보기 중에 하나 골라 표시하는 바보로 만들고 있다. 비판이 일어도 별수 없다. 서술형 시험을 내고 비용을 들여 제대로 채점을 할 업체는 없다.

지은이는 기업과 업계, 언론까지 나서 각기 목적에 따라 두려움을 조장하거나 축소하는 탓에 부모들이 무엇이 제대로 된 걱정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우리’가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치의 문제란 얘기다. “사회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만큼 그 사회의 정신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니, 선택은 우리 몫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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