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후마니타스 책다방’ 한쪽에 마련된 회의 또는 휴식용 공간에 모여 앉은 박상훈 대표(앞줄 맨오른쪽)와 그의 사회과학 출판사업 동지들. 박 대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민용, 안중철, 김재선, 홍슬비, 최미정, 장윤미, 이진실, 윤상훈씨.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작지만 강한 출판사 ① 후마니타스
| |
한국사회 환부 파헤치며 주목받아
“사회 르포·시민 민주주의 천착할 것” 후마니타스의 책들이다. 한계와 좌절에 직면한 정치와 민주주의, 불평등과 소외 등 한국 사회의 아픈 곳, 가장 심각하고 민감한 곳을 건드리고 파헤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이들 책은 적지 않은 파장과 함께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도서출판 후마니타스는 사회성이 강한 책을 만든다. 그러면서도 인간 개인의 실존적 문제가 실종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과학이 있는 인문학, 인간이 있는 사회과학을 구현하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논리 그리고 그 기초 위에서 만들어진 인위적 제도들이 인간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언제나 스스로를 돌아보려 한다.” 후마니타스의 이런 출판철학이 진정성을 갖는 것은 스스로 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마니타스처럼 구성원과 인건비, 월별 매출액, 수입과 지출, 손익 및 부채 규모까지 회사 안팎에 다 공개(www.humanitas.co.kr)하고 스스로 자율과 민주주의를 실천하면서 ‘자유로운 공동체’를 지향하는 기업은 흔치 않다.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후마니타스의 관점이 아니다. 좋은 책보다는 좋은 노동이다. 좋은 노동 없이 좋은 책 없다”고 박상훈(49) 대표는 말했다. 후마니타스의 연간 매출액은 10억원도 채 되지 않는다. 총 11명이 꾸려가는 후마니타스가 강한 것은 크기 때문이 아니라 소유·경영구조까지 기성관념을 벗어던진 이런 창업정신의 실천 덕이다. 후마니타스에는 나름의 전략과 신조가 있다. 사회현실을 정면으로 다룰 것, 그러면서 운동보다는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시킬 것, 그리고 정치와 민주주의를 정치인들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것으로 만들 것. 박 대표는 “현실만큼 좋은 책이 없다”고 했다. “인간사회의 갈등과 대결을 다루는 사회과학은 대단히 재미있는 분야다. 이를 어렵게 여기는 풍토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정치학 전공자로 <만들어진 현실> <정치의 발견> <민주주의의 재발견> 등을 쓴 박 대표 자신이 그 중심에 서 있다. 후마니타스는 2002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160여종의 책을 냈다. 첫 책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였다. 후마니타스 최대 베스트셀러요 스테디셀러인 이 책도 그러나 ‘고작’(?) 6만부 남짓 나갔다. “1만부 이상 나간 책이 10종쯤은 된다. 2000부 이상 나가는 책이 20종 이상은 돼야 좀 안정적일 텐데, 아직은 좀 못미치는 수준이다. 2~3년 정도 더 버티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책 좀 적게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책과 편집의 질을 높이려면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데, 신간을 자꾸 찍어내야 유지될 수 있는 우리 출판 현실이 이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출판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사회적 방어막이 돼줘야 하는데, 출판사들이 오히려 한 수 더 뜬다. 출판 종수로는 우리나라가 인구 비례당 세계 세번째로 많다. 수지가 안 맞는데도 계속 찍고 절판시킨다. 복권 당첨 바라듯 ‘대박’을 기대하는 것이다.” 앞으로 주력할 분야는 사회 르포다. “르포는 재미있어야 하고 구조를 뜯어보고 다시 종합할 수 있는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박 대표의 학문적 스승이자 후마니타스 상임고문인 최장집 교수의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이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또 하나의 주력분야인 정치와 민주주의 문제는 앞으로 청소년을 주요 독자로 겨냥함으로써, 미래 시민을 위한 사회과학으로 키울 작정이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