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그릇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논장·1만2000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논장·1만2000원
누르면 소리가 나고 돌리면 불빛이 번쩍이는 값비싼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소파에 누워 리모컨만 누르면 재밌는 영상이 튀어나오는 텔레비전이나 부드러운 터치만으로 화면이 휙휙 변하는 스마트폰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발을 까딱거리며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시간을 자꾸만 방해받고 있다.
그러니 이제 잠깐 그림책을 펼쳐 아이들에게 황토색 종이 냄새가 나는 네 개의 그릇을 보여주자. 아이는 네 개의 그릇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왜냐면 책 속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쓸모가 있는 책 속 세상에서는 네 개의 그릇이면 충분하다. 그릇은 우산도 될 수 있고 하늘의 달도 잠자는 아이의 얼굴도 될 수 있다.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시시해 하려다가도 끝없이 변신하는 네 개의 그릇 모습을 보자면 입이 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철학적 깊이가 드러나는 책을 그리고 써온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이 책을 통해 작가의 생각이 어떻게 뻗어가는지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준다. 페이지마다 들어찬 상상화들은 빛바랜 종이와 글자들로 꾸며졌는데 모두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아무도 빌려가지 않아 버려지는 책들의 종이를 사용한 것이라 한다. 찢긴 책들조차 네 개의 그릇을 통해 새 책으로 뒤바뀌었으니 상상해서 안 될 일이 무엇이 있으랴!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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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논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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