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세계
안성훈 글, 허구 그림
웅진주니어·9500원
안성훈 글, 허구 그림
웅진주니어·9500원
물구나무를 서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앞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을 보며 온종일 몸을 떠받치고 다니는 저 작은 발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거꾸로 보면, 때론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주인공 영준이는 열한살 초등학생이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안면도 펜션으로 놀러갔다 어른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통나무집에서 모래구덩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구덩이에 손을 넣는 순간 또다른 손에 이끌려 아래로 떨어지게 되고 ‘거꾸로 세계’라는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은 모든 것이 영준이의 세상과 반대다. 아이들이 어른들처럼 직장에 다니고, 어른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어른들이 만든 학교에서 어른이 만든 책으로 공부를 하고, 어른들이 만든 시험을 통과해야 쓸 만한 사람이 된다는 이 말을 어떻게 믿어?” 거꾸로 세계에서 영준은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며, 병원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혁이를 만나 거꾸로 세상이 ‘쌍둥이 왕’의 독재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왕을 몰아내기 위한 지혜를 모은다.
지은이는 평소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사실을 다르게 볼 기회를 제공한다. 늘 미숙한 존재로 보호의 대상으로 여겼던 아이들이 “어떤 어른보다 지혜로운 존재”라고 말한다. 또 “학교와 학원이 많아지면 배울 기회가 많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행복한 가정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할 시간이 한 시간도 안 되는 집이 대부분이다”라고 한국 사회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지은이는 처음부터 ‘거꾸로 세계’가 아닌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이 심각하게 뒤틀려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덧붙여 책에는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 키리코와 에스허르의 작품을 패러디한 삽화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화가들의 작품을 찾아보고 책속의 그림과 비교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듯하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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