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소년 1, 2
이정명 지음/열림원·각 권 1만2000원
이정명 지음/열림원·각 권 1만2000원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의 작가 이정명(사진)이 이번에는 탈북자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두 권짜리 소설 <천국의 소년>에서 그는 열여섯 어린 나이에 두만강을 건넌 주인공 안길모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마카오를 거쳐 서울로 들어왔다가 다시 멕시코와 미국 뉴욕을 거쳐 스위스 베른에 이르기까지 7년 남짓한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에 담았다.
“나는 2월29일생이다. 나는 나의 생일을 좋아한다. 2와 29는 소수고 2+29인 31도 소수이기 때문이다. 소수는 외로움을 타는 숫자다. 소수달의 소수날에 태어난 나도 외로움을 탄다. 내가 또 좋아하는 숫자는 4이다. (…) 좋아하는 시간은 11시11분이다. 11:11은 완벽한 좌우대칭이고 그 합은 4이기 때문이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지 못하며 누군가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길모는 그러나 타고난 수학적 재능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활로를 연다. 소설은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총격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붙잡힌 길모가 간호사 안젤라에게 평양에서의 소년기에서부터 정치범 수용소를 거쳐 탈북자로서 기나긴 여정에 오른 이야기를 들려주
는 형식을 취한다. “숫자는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동시에 상대가 어떤 사람들인지를 말해준다”고 믿는 이 ‘숫자의 인간’의 여정에는 벤퍼드 법칙, 베르트랑 공준, 푸앵카레 추측,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론, 카프리카수, 그리고 다채로운 수열 등이 장식처럼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로 하여금 두만강을 건너고 그 뒤에도 몇 개의 국경을 넘도록 한 단 하나의 이유는 수용소에서 만난 또래 소녀 영애의 존재였다. 수용소에서 기약 없이 헤어졌던 두 사람은 이후의 여정에서 가는 곳마다 이별과 재회를 반복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길모는 “마약을 운반했고, 사기도박을 했고, 사기를 쳤고, 밀입국을 했고, 사람을 죽였고, CIA를 속였”다고 탈북 이후 자신의 행적을 요약하는데, 이 모든 ‘범죄’와 모험의 동기를 이루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영애였다. 이 애틋한 연인들에게 해피엔딩이라는 선물이 주어진 것은 다행이라 하겠지만, 길모의 모험이 영화적 스펙터클로 치닫는 바람에 탈북자들이 겪는 고난과 시련의 절박함이 희석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글 최재봉 기자,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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