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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버림받은 아이들이 만든 자신들의 ‘행성’

등록 2013-06-23 20:14

주니어 브라운의 행성
버지니아 해밀턴 지음, 김민석 옮김
돌베개·9000원
학교 지하실로 숨어든
2명의 중학생과 수위 아저씨
“우린 하나야, 서로 배우니까”

학교는 늘 바쁘다. 너무 바빠서 두 명의 학생이 수업에 오지 않고 학교 지하로 숨어들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바쁨’의 동의어는 ‘무관심’이다. 중학교 2학년인 두 명의 흑인 아이 주니어 브라운과 버디 클라크는 세상의 무관심을 일찌감치 느껴왔다. 하여 둘은 교실 대신 학교 지하실로 등교한다. 그곳에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태양계 모형과 열번째 행성인 ‘주니어 브라운’, 그리고 학교 수위이자 전직 교사인 풀 아저씨가 있다.

돌베개 제공
돌베개 제공
이들은 서로 보듬는다. 다그치지 않고 위로해준다. 그리하여 이들은 가족이다. 가족 그 이상이다. 지하실 밖 세상은 무시무시하다. 소설 <주니어 브라운의 행성>은 이 두 세상을 극명히 대비시키며 우리에게 가족은, 교육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미국 작가 버지니아 해밀턴은 주로 흑인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뉴베리상, 전미도서상, 에드거 앨런 포 상 등 주요 어린이·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다. 1971년 출간된 이 책은 이제야 그의 작품 중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됐다.

주니어는 좋은 옷을 입고 다닌다. 아버지는 뉴저지에서 흔치 않게 좋은 직업을 가졌고 엄마는 아들에게 늘 열성적이다. 하지만 주니어는 폭식증 환자다. 고도 비만에 늘 위축되어 있다. 혼자 있을 때도 엄마의 환영을 본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엄마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는다. 엄마 손에 이끌려 정신이 이상한 피아노 선생에게 과외도 받는다.

버디는 엄마에게 버림을 받고 거리의 아이가 됐다. 거리에서 한계를 느낀 순간 버려진 아이들의 세계인 ‘행성’을 만났다. 저마다의 행성에는 그 행성을 지키는 투마로 빌리(Tomorrow Billy)가 있다. 고작 몇 살 더 많은 아이들이 그보다 어린 아이들을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살아남은 버디는 스스로 훌륭한 투마로 빌리가 된다.

주니어와 버디의 뒤에서 풀 아저씨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준다. 그들은 우정을 나누며 서로의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한다. “우리는 하나야. 우리는 서로한테 사는 법을 배워야 하니까.” 세 사람의 말에서 감동이 느껴지는 것은 서로를 대하는 그들의 마음이 진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살기 바쁜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일지 모른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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